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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글로벌포커스] 한국, G7가입 절호의 기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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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또 다른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1945년 유엔이 창설된 후 80년간 세계대전이 발발하지 않았으니 유엔은 나름대로 소명을 다하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1970년대 초 에너지 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환경재앙, 우크라이나전쟁 그리고 중국의 부상은 유엔 창설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들이다. 이런 위기에 직면하여 유엔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 같은 국가 간 다자거버넌스가 등장했다.

G7은 50여 년 전 4개국에서 시작해 현재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7개국으로 확대됐는데 '법의 지배원칙' 같은 민주적 가치추구가 기본 자격 요건인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가입해 있는 G20와 차별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구의 대러시아 견제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거친 도전에 대응하는 서방의 결속이 강화되면서부터 G7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에 한국, 호주, 인도 등 인도·태평양(인태) 지역 중심 국가를 G7에 가입시켜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다른 G7 국가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후 4년이 지난 현재 미국·영국·캐나다가 한국의 가입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프랑스·이탈리아·독일·일본은 유보 또는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6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G7 특별보고서를 중심으로 헤리티지, 카네기재단 등 미국 싱크탱크에서 한국과 호주의 G7 가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이는 글로벌 비확산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최근 북한 핵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기능이 심각하게 도전받는 상황에서 한국이 G7 회원국이 되면,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과 힘을 합쳐 대북 국제 공조체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의 세계적 지위, K컬처의 세계시장 석권을 이루었으며, G7 정상회의 성명에 적시된 글로벌 핵심 현안에 대한 괄목할 만한 기여는 한국이 G7무대에 당당하게 등장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구비했음을 반증한다.

그러면 한국의 G7 가입 추진의 적기는 언제인가? 2025년은 캐나다가 의장국이고, 2026년은 프랑스, 2027년은 미국이 맡을 차례이다. 프랑스가 의장국일 땐 한국에 대한 적극적 입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미국이 의장국일 땐 한국 대선이 있는 해이다. 이 때문에 내년도 캐나다 의장국 수임 기간이 최적기로 보인다. 설사 당장 정규멤버 지위를 얻지 못해도 G20에서 스페인이 G20 정상회의 영구참석 파트너 자격을 얻은 것처럼 우리도 G7 정상회의 영구참석 파트너 자격 같은 특수지위를 확보하면 정규회원국 가입을 향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장은 기존의 부정적인 일본 입장을 최소한 우호적 중립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에서 한국의 G7 가입 문제에 대해 공화·민주 양당에서 지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다행이다.

G7 가입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처럼 패배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입이라는 최종목표를 향해 착실하게 명분과 실적을 쌓아가는 축적의 과정이기 때문에 서두른다고 해서 손해볼 일이 아니다. G7은 우리 국가시스템의 대대적 개혁을 통한 국격 상승기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박인국 전 주유엔대사·전 최종현학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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