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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이 사진도 가짜…재난 앞에서 서로를 의심할 우리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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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허리케인 헐린 피해를 입은 실제 아이의 사진으로 알려졌으나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로 판명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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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헐린으로 2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이 수해 피해를 가장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이미지들은 사람들을 재난에 무관심하게 만들어 진짜 구호 작업을 어렵게 한다. 대선 국면에서 집권당을 공격하는 소재로도 악용되고 있다.



포브스는 온라인상에서 널리 공유된 ‘수해 피해를 입고 눈물을 흘리는 여자아이의 사진’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가짜라고 보도했다. 아이는 구명조끼를 입은 채 보트에 타고 있고, 사진 뒤편에는 물에 잠긴 마을이 등장해 전형적인 허리케인의 피해자로 보였다.



포브스는 “첫번째와 두번째 이미지를 비교해보면 어린 아이의 손가락이 너무 많고, 강아지 입과 보트의 모양·색깔이 다르다”고 전했다. 아이 사진 외에도 파괴된 집, 지붕 위에 갇힌 가족들, 산사태로 인한 잔해, 폭우로 유실된 도로 등 다양한 테마의 가짜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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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헐린 피해를 본 실제 아이의 사진으로 알려졌으나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로 판명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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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사진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재난 대응을 비판하려는 목적에 활용됐다. 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이 사진을 공유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으나,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자 삭제했다. 극우 음모론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로라 루머는 아이 사진을 인용하며 “슬프다”라고 엑스에 올렸다. 보수 성향 블로그 레드스테이트의 칼럼니스트 버즈 패터슨은 해당 사진에 대해 “정부는 또다시 우리를 실망시켰다”라고 적었다. 가짜로 판명된 뒤에도 이들은 ‘해리스와 바이든의 실책을 상징하는 사진’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조작된 아이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 포럼 사이트인 Patriots.win에 처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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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한 홍수를 피해 집 지붕 위에서 성경을 안고 기도하는 여성.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로 판명됐다.


더 큰 문제는 조작 사진들이 재난 구호를 실제로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라스 대니얼은 포브스에 “거짓 이미지를 계속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정확하고 필수적인 재난 정보를 의심하게 된다”며 “이미지들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배신감을 느끼고,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재난에 무관심해진다”고 우려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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