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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단독]‘헌법에 어긋난다’는데도···외국인보호소에 갇힌 아동 2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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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3년 4월19일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 성인들과 함께 구금된 세 살 아동이 식사를 거부하고 벽을 보고 앉아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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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국인보호소에 보호기간 상한 없이 갇혀있는 이주아동의 수가 올해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가 체포나 구속에 준하는 현행 이주민 구금제도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난해 결정했음에도 이주아동이 구금되는 상황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국내 외국인보호소에 보호명령을 받고 구금된 14~18세 미성년자는 97명이다. 2020년(28명), 2021년(14명), 2022년(8명), 2023년(67명) 등 최근 5년간 수치와 비교해보면 급증했다. 올해 월별 평균 구금 인원은 12.1명으로 지난해(5.6명) 대비 2.2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7.1명)과 비교해도 1.7배 늘었다. 외국인보호규칙상 14세 미만 아동은 보호명령 대상이 아니지만 부모와 함께 구금되기 때문에 실제로 보호소에 갇힌 아이들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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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연도별 보호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미성년자 현황. 전현희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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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구금 급증의 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은 ‘여권을 소지하지 않거나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본국 송환이 어려운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에 대해 정부가 송환 때까지 보호시설에 둘 수 있다’고 규정한다. 관련 사건들을 다수 다룬 이한재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강제퇴거 사유는 법에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으며, 이를 적용해 강제퇴거 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은 출입국에 있다. 그 기준이 공개가 안 돼 있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했다.

위헌인 법 조항을 근거로 이주아동 구금이 계속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헌재는 지난해 3월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적법절차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며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 3개월이 지나 세 살배기 아이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나왔다.

국내외에서 ‘아동구금을 근절하라’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한국 정부에 출입국관리법 개정 등을 통해 아동의 이주구금을 중단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6월 “이주민 구금이 아동에게 미치는 인권침해의 중대성을 감안해 출입국관리법에 ‘아동 구금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규정을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전 의원은 “상한 없는 아동 구금은 국제 기준과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특히 구금이 아동에 미치는 영향은 성인보다 크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현재 법무부도 아동보호 취지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형사범(출소자) 등과 같이 불가피한 경우만 보호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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