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퇴사한 운용역 72% 운용사·로펌 등 재취업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공단에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다가 퇴사 후 곧장 국민연금 업무와 관련 있는 금융투자사나 로펌 등으로 옮기는 기금운용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예우와 같은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간판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 뉴스1

8일 국민연금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기금운용직 퇴사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월 19일부터 올해 6월 20일까지 2년 동안 기금운용본부에서 퇴사한 임직원은 총 54명이다. 이 가운데 39명(72.2%)이 자산운용사 등의 금융투자회사나 공기업·로펌 등의 유관기관으로 재취업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1150조2760억원이다. 이는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의 2226조원, 일본 공적연금(GPIF)의 1948조원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직 1인당 운용액은 2조8378억원(2023년 기준)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직은 맡은 업무의 특성상 증권사·자산운용사·공기업·로펌 등과 종종 소통한다. 즉 3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굴리던 운용역이 국민연금에서 나온 후 평소 자주 교류하던 기관으로 이직한 비율이 최근 2년 동안 70% 이상이란 의미다.

이해 상충 우려가 있으나 기금운용본부 퇴직자의 재취업에 관한 규정은 부족한 편이다. 기금운용본부 임직원이 퇴사한 뒤 민간 금융사에 직접 담당자로 재취업할 경우 해당 회사와 거래를 6개월간 제한하는 규정 정도만 존재할 뿐이다. 퇴직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재취업했다면 이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입법조사처는 기금운용직 보수체계 개선, 유연근무제도 활성화, 포상과 경력 개발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 기금운용직의 이탈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