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예산 밀려… 시설물이 침식 가속
지난해 42곳 사후 관리대장 제출 안 해
침식 '심각(D등급)' 평가를 받은 강원 강릉 하시동 해변의 2017년(위부터), 2023년 위성사진. 2020년 화력발전소 민간 개발 사업에 따른 수중방파제 설치 후 모래 유실로 인한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 구글 어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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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십 년에 걸쳐 2조 원가량 예산을 투입했지만 연안 침식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사용 우선순위에서 밀린 데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예방시설마저 관리되지 않아 국토 면적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안보전사업에 2000년부터 올해 6월까지 1조7,711억 원이 투입됐다. 본래 연안정비 기본계획에서 예정한 사업비 4조3,376억 원의 40.8%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부족으로 사업비가 대폭 축소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 결과 지난해 전국 연안 침식 실태조사에서 침식 '우려'(C등급·138개소), '심각'(D등급·18개소) 평가를 받은 지역이 전체의 43.3%에 달했다. 우려, 심각을 아우르는 침식우심률은 2017년 55.2%에서 2020년 62.4%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다만 2021년(43.1%) 이후 이 비율이 40%대인 것은 평가 지역을 전국 250곳에서 360곳으로 늘린 영향이라 침식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침식을 줄이기 위한 침식저감시설물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연안관리법상 연안정비 시설물 설치 후 관리 책임은 소관 지자체로 이관된다. 그러나 지난해 사후 관리대상지구 373개소 중 42개소는 관리대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관리 상태 확인에 필요한 예산도 연간 2억 원에 그쳐 적합한 사후 평가가 어려운 실정이다.
강원 강릉 하시동 해변에서 올해 4월 연안 침식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 해안이 깎여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설치한 시설물이 널려 있다. 녹색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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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발전소 등 무분별한 해역 개발에 더해 침식저감시설물이 오히려 침식을 가속화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D등급을 받은 강릉 하시동 해변은 2020년 안인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설치한 수중방파제가 모래 유실을 유발한 점이 침식 심화 원인으로 분석됐다. 해역 이용 협의 과정에서 침식 관련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1개 광역시·도 백사장 면적을 살펴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사이 국토는 39만6,535㎡ 감소했다. 축구장 55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김인호 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잘못된 공법, 배치는 수중방파제가 제 역할을 못 하게 한다"고 지적한 뒤 "국민 휴식 공간이자 관광자원, 재난·재해의 완충구인 우리의 영토 연안이 경제 논리에 무너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기후변화에 따른 연안 관리 방안, 재해 대비 장기 전략 마련을 권고한다. 프랑스·미국·아일랜드 등은 30년, 50년, 100년 단위로 해수면 상승과 해안선 변화를 예측, 침식 위험 지역을 선정해 맞춤 대응 방안을 시행한다. 임 의원은 "연안 침식 문제는 근본적인 관리 체계의 부재를 보여 준다"며 "시설물 설치, 개발 관련 철저한 평가를 포함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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