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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北中 친선 상징 압록강단교, 중국 홍보 수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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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 ‘항미원조’ 액자 새로 걸려 美 대항해 승리 알리는 관광지로

조선일보

지난 3일 중국 단둥 압록강단교(斷橋)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중국 홍보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서’가 상영되고 있다. 6·25전쟁 중 미군의 폭격으로 끊긴 단교는 오랜 시간 북·중 친선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중국 정부를 홍보하는 수단이 됐다. /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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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며 6·25전쟁을 일컫는 중국식 명칭) 출정지.’

3일 압록강 하류에서 신의주와 국경을 접하는 중국 단둥의 압록강단교(斷橋) 입구. 이곳에 이 같은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작년 초만 해도 보지 못했던 홍보 문구다. 다리 끝자락엔 대형 전광판을 통해 중국 국영 CCTV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서’ 편집본이 상영되고 있었다. 이때 화면에 중국 측 총사령관 펑더화이와 마오쩌둥의 모습은 반복해서 나왔지만 북한 지도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빠졌다. 압록강단교는 올해만 해도 3·5월, 7~9월 총 여섯차례 문을 닫으며 보수와 단장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압록강단교는 1950년 10월 19일 중국인민지원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통로이자 미군 폭격으로 동강 난 곳이다. 북한 땅으로 이어져야 하는 다리 절반이 끊어진 채로 있는데, 오랫동안 북·중 친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새 단장한 압록강단교는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메시지보다 중국이 주장하는 미국 대항 ‘승리’를 홍보하는 전형적인 ‘홍색 관광지’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중국은 항미원조를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긴 역사라고 홍보한다. 압록강단교의 ‘변신’은 삐걱거리는 북·중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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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은 6일에는 북·중 관계 개선의 상징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예상과 달리 이뤄지지 않았다. 10년 전 완공된 이 다리의 도로는 올해 대대적으로 재정비됐지만, 꼭대기에 걸려 있던 ‘중조(中朝) 압록강 대교’ 7글자 현판이 사라졌다. 현판은 약 한 달 전에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1년 넘게 대교 보수를 하면서 현판을 교체하기로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장시간 현판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의아한 측면이 있다.

단둥 거리 풍경도 양국의 이상 기류를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 전인 2019년에는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단둥 압록강 변 도로에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지만, 올해는 수교 75주년인데도 거리에 중국 국기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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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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