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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사설] 간부들 절반 “자기 직업 만족 못 한다”는 우리 군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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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육군 간부 숙소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냄비로 받쳐 놓고 있다. [사진 =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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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72%였던 군 직업 만족도 45%로 급락





사기 진작 위한 처우 개선과 근본적 대책 시급



현재 군에서 복무 중인 간부들의 절반 이상이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에 제출한 군 간부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459명이 응답한 2020년 군 간부들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71.9%였다. 그런데 지난해 조사(1395명 응답)에선 44.9%만이 만족한다고 밝혀 3년 새 27%포인트 곤두박질쳤다. 직업의 안정성이나 장래성에 대한 인식 역시 각각 40.1%, 27%에 그쳤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느끼는 군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39.9%에서 12.6%로 떨어져 거의 바닥 수준이다. 10명 중 1명만이 군인의 제복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한때 군이 안정적인 직장으로, 가장 선진적인 조직으로 존경받던 시대와는 격세지감이다. 이쯤 되면 사기로 먹고사는 군의 절대적 위기라 할 수 있다. 최후의 안보 보루인 군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국방부는 병사들의 월급 인상과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증가를 간부들의 만족도 저하 이유로 꼽는다. 또 열악한 근무 환경이나 짧은 정년, 군 복무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한몫했다는 입장이다. 나름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군 당국이 이런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병사들의 복무 기간 단축과 월급 인상은 대통령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그렇다면 초급 간부들의 박탈감을 미리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군 스스로 간부들에게 ‘애국 페이’를 강요하거나 대우에 소홀했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흉상 등 군이 정치적 논란의 소재가 되도록 하거나, 군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각종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져 사회적 호감이 추락한 것 역시 군 당국의 책임을 비켜 갈 수 없다.

미국 유수의 대학들은 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에게 로스쿨이나 비즈니스스쿨 입학 때 최우선권을 준다. 군 지휘관으로서의 리더십과 헌신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전쟁에 참전하는 이웃 군인 집을 찾아가 격려하고 고마움을 전한다. 유사시 나 대신 적군과 싸우는 군인에 대한 존경과 예우의 표시다.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은 특히 군의 사기가 높아야 하고,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간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월급 인상 등 처우를 개선하고 유사시 전쟁 대비에만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수다. 군 당국 역시 무조건 많은 예산을 바라기에 앞서 골프공이나 허리띠, 모자 같은 각종 기념품 제작과 소모성 비용을 줄이고, 관사나 자녀들의 교육 여건 확충 등 쉬운 것부터 손보기 바란다. 김용현 새 국방장관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대한민국 군의 현장에서의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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