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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전 고점 도달한 서울 아파트 시장 연말 갈수록 전세시장 향방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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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vs 정책’

향후 주택 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할 변수다. 시장에서는 상승 심리가 여전한 반면 정부와 은행들은 초강력 대출 규제로 상승 심리 억제에 나섰다. 두 세력 간 싸움의 승패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추석 이후에는 숨고르기 장세가 적어도 한 번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나서 돈 줄을 죄면 주택 가격은 일단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책 효과의 지속성 여부다. 과거 정부가 여러 차례 대출규제를 내놨지만 이 규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정부의 정책이 수요 공급 관리 등 여타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선순환구조를 형성한다면 집값은 잡힐 수 있다. 문제는 이 ‘쉼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내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시장을 예의주시해 매수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7∼8월 거래가 최고가의 90% 회복
매일경제가 한국부동산원 매매가격 지수를 바탕으로 서울 아파트의 지역별 전고점 회복률을 계산한 결과, 대부분 지역이 2021~2022년에 세운 전고가의 평균 93.9%까지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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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따지면 서초구(103.9%)와 성동구(103.2%), 송파구(101%), 강남구(100.4%)는 사실상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다. 용산구(99.3%), 양천구(97.1%), 광진구(96.3%), 마포구(96%), 강동구(95.7%), 동작구(95.4%) 등 이른바 인기 지역도 가격 회복 속도가 빠르다.

상대적으로 가격 회복 속도가 느렸던 강북지역도 상승세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7월부터 9월 초까지 실거래 가격이 직전 최고가 대비 82.3%로 가장 낮은 도봉구를 비롯해 노원구, 성북구, 강북구, 금천구, 관악구 등도 회복률이 90%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이 상승세를 그리면서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8821건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는 한 달 평균 5000건 이상 아파트가 거래되면 매도자 우위의 시장으로 판단한다. 8월 역시 9월 13일 기준 5356건을 기록하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1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7월보다도 더 높은 수치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3분기 상승 거래 비중이 67%로, 하락(27%) 또는 보합(6%) 거래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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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 지역 주택 매매거래가 큰 폭으로 늘면서 2년 11개월 만에 1만 건을 넘어섰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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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는 가격지수와 거래량, 주택 구매력 등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지표 상당수가 방향을 전환했다는 분석이 많다.

주택가격과 거래량이 상승세인데도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100이면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뜻이다. 가계 소득과 금리, 집값을 모두 아우르는 지수로 집값의 저평가와 고평가를 판단할 수 있다. 올 1분기 서울 지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51을 기록 중이다. 2004년 조사 이후 평균선이 126인데, 대개 140~150 안팎이면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으로 꼽힌다. 역대 최고치는 2022년 3분기(214.6)이었다.

대출규제 강화 파급력 상당
이런 가운데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분위기는 확연히 바뀌었다. 우선 ‘1단계’로 전방위적인 대출 축소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 방향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며 가산금리가 높아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종전보다 오르고, 대출 한도도 축소된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1억원인 차주는 수도권 주택을 매입할 때 한도가 현재보다 5000만원 이상 줄어든다.

일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 눈치에 자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고, 갭투자에 이용될 만한 일부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돈줄 죄기에 동참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34세 이하)에서 30년으로 줄였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주담대 한도 1억원 제한(5대 은행),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KB국민·신한·우리·NH농협) 등 실수요 중심 대출제도 개편 또한 공통 조치다. 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수도권 1주택자에 대한 규제까지 시행한다. 모든 세대원이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에만 전세대출을 취급하고, 추가 주택 구입자금 취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를 보호하라”는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대출을 축소하는 기조는 점점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신용대출까지 조일 분위기다. 스트레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은행권 대출 규제 등으로 주담대를 억누르자 신용대출이 부풀어 오르는 등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전세대출을 규제한다는 점은 유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급등기에도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보호’ 명목 때문에 손을 쉽게 대지 못했다. 하지만 이 규제가 실행된다면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대출이 전셋값이 급락하는 것을 막고, 다시 매매 가격 하방까지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 안에 전세자금대출에도 DSR을 도입한다는 방침까지 갖고 있다. 또 부동산 규제 정책에 신중한 정부지만 추가 수요 억제책까지 나올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출규제 효과는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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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6월 50억원 이상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서울 아파트는 총 142채에 달한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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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급변하자 최근 거래는 주춤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수요자들이 추격 매수가 부담스럽다며 관망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호가는 여전히 강세지만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매도 희망자들도 급해졌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초 7만 6000여 건으로 감소했던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현재 8만여 건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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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의 대출규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8월 작성한 뒤 최근 공개한 ‘가계대출 규제의 규제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규제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그 효과가 6개월에 그쳤다.

실제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 등 내용이 담긴 문재인 정부의 18번째 부동산 대책(12·16 대책)은 은행들에 주담대 규모를 줄이는 식의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2019년 3분기와 4분기에 2%대를 기록했던 은행권의 가계 주담대 증가율은 12·16 대책 이후인 2020년 1분기 들어 1.6%대로 떨어졌지만 2020년 2분기부터 다시 1.9%로 상승했다. 규제가 도입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인 2020년 3분기부터는 증가율이 2.5%, 3.1%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구를 맡은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규제 도입 후 분기별 효과를 분석한 결과 도입 직후 2개 분기까지는 규제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지만, 이후에는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장기적인 주택시장 방향을 예측하려면 금리보다는 전세시장과 미분양, 두 가지 지표를 예의주시해야한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매매시장 안정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말부터 1년간 지속된 집값 안정세는 전세 가격 하락을 동반했다.

관망세 심해질 듯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대비 전세가 비율은 53.9%다. 표본 개편이 있었던 2022년 11월(53.9%)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금리 인상 이후 전셋값이 급락하고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지난해 4월 50.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세가율이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7월(50.9%) 이후 지난달까지 1년째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올 11월 시작될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영향을 줄지가 ‘1차로’ 체크해야 할 포인트다.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 아파트를 시작으로 잠원동, 이문동, 장위동 등 서울 다른 지역에서도 입주 단지가 꽤 나온다. 2018년 9·13 대책 직후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 등 입주장이 겹치면서 다음해 6월까지 하락세가 지속된 사례가 있다.

전국 미분양 현황도 주목해야 하는 데이터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7만1822가구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하는 ‘위험선’인 6만 가구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추이가 눈에 띈다. 1만6038가구로, 6월(1만4856가구)보다 8%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7월(9041가구) 이후 12개월 연속 증가세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와 시행사의 자금 부담으로 이어져 중소업체의 경우 줄도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 건설사가 많은 지방에선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중 수도권은 2900가구에 그쳤다. 지방은 1만 3138가구로 한 달 새 1173가구 늘었다. 특히 전남은 875가구 증가한 2502가구에 달했다. 경북도 6월보다 290가구 늘어난 1239가구로 나타났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뜨거워도 전반적인 건설시장이 침체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브릿지론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리작업이 한창이지만 속도감은 떨어지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서 부실 우려 평가를 받은 13조 5000억원 규모(추정치)의 사업장이 경·공매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다면 부동산 시장이 예상 외의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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