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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ET단상] 디지털 치료기기, 3세대 치료제 되려면 영토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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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이치훈 에스알파테라퓨틱스 최고기획책임자(C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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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물결' '4차 산업혁명'처럼 순번이 붙는 변화의 시점엔 산업계의 기대감과 의구심이 공존한다. 변화의 태동은 빠른데, 기술 정착은 그보다 더딘 경우도 빈번하다.

'제3의 신약'으로 불리는 디지털 치료기기(DTx)는 시장 개막의 기로에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1세대 저분자 화합물-2세대 생물제제에 이은 차세대 모달리티로 꼽힌다. 현재 국내에선 4개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획득했다.

보험 수가 적용, 의료진과 환자의 인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DTx는 국내 시장의 우수한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소비자의 디지털 수용도 등 요인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미래 먹거리로 점쳐진다. 'IT 강국'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며 '제약·바이오 후발주자'라는 오명을 씻는 혁신 수단으로 부상할 여지가 충분하다.

DTx 활성화를 위해선 인허가를 담당하는 규제기관과 실제 수용자인 환자, 처방을 결정하는 의료진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제로 제품을 개발하는 공급자인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와 전략적인 사업화가 관건으로 작용한다.

신기술 안착엔 다양한 요인이 개입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다. DTx가 잠깐의 '테마'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치료 양식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개발사들이 지금껏 치료제의 효과가 미비했던 영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

초기 DTx 대다수는 신경정신 계통 질환에 집중돼 있었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에 따르면 세계 DTx 파이프라인 중 65%가 중추 신경 계통(CNS) 질환을 적응증으로 한다. DTx가 치료용 시험 소프트웨어(SW)로 인정받기 위해선 그 작용 기전이 근거에 기반해야 하는데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배경이 인지 행동 치료(CBT)다. CBT가 불면증, ADHD 등 신경정신질환의 치료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DTx 역시 해당 영역에서 더욱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개척 영역에 남아있는 DTx의 잠재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일반적인 신약 대비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고, 실제 치료 과정에서 약물 치료가 갖고 있는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신경정신과 질환은 물론 복약 순응도가 중요한 만성질환, 자가면역질환, 이밖에 안구질환 등 표준 치료법이 부재한 다양한 질환에 활용될 수 있고, 면역 질환의 예방과 면역력 증강, 유병 환자의 사후 관리 등 질환의 예방, 치료, 관리 전반에 두루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 DTx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에스알파테라퓨틱스는 국내 소아 근시 치료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소아 근시는 국내와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권에서 9~12세 아동 유병률이 66%에 달하나 콘텍트렌즈, 아트로핀 점안액 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다.

소아 근시 치료용 시험 SW가 상용화된다면 비침습적인 처방형 치료 옵션이 추가된다는 의의가 있다. 이런 가능성을 인정받아 해당 파이프라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았다.

페니실린, 아스피린처럼 강력한 게임 체인저의 등장은 기존 패러다임의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는 점이 아니라 연속적인 선의 형태에 가깝게 흘러가며, 한 업계와 기술의 혁신에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시도가 수반된다. DTx 시대 안착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노력의 결실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제3의 물결'처럼 넘실대기를 기대해 본다.

이치훈 에스알파테라퓨틱스 최고기획책임자(CPO) chihoon@salphad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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