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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팔레스타인 대사 "이스라엘, 하마스 제거 아닌 우리 몰살 위해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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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한·주일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
왈리드 시암 대표 "영토·생명 지키려 싸운다"
"이스라엘 전쟁 범죄 실효성 없는 규탄 성명만"
한국일보

왈리드 시암 주한·주일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에 대해 '하마스 제거'가 아닌 '팔레스타인인 몰살'을 위해 전쟁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표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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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7일로 1년을 맞았다. 그사이 가자지구는 초토화됐고 하마스의 군사력도 쪼그라들었지만 이스라엘은 전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왈리드 시암 주한·주일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는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가 아닌 '팔레스타인인 몰살'을 위해 전쟁하는 것"이라고 지난달 1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시암 대표는 팔레스타인 온건파 집권 정당인 파타(Fatah)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겸임 대사다. 파타와 하마스는 분명히 다른 노선이지만, 시암 대표는 "이념 때문이 아니라 조상이 물려준 영토와 생명을 지키고자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그는 "이스라엘이 수없이 많은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데 언제까지 실효성 없는 규탄 성명만 낼 것이냐"고 직격했다. 다음은 시암 대표와의 일문일답.

-현시점, 가자지구 전쟁을 정의한다면.

"이스라엘의 표적은 더 이상 하마스가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극우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인의 완전한 파괴다. 가자지구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은 이스라엘방위군(IDF)에게 살해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곳에 그대로 묻혔다. 역사상 가장 큰 무덤을 우리는 보고 있다."

시암 대표는 나아가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을 선언하며 약 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하고 팔레스타인 영토 78%를 점령한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을 의미)가 오늘날 재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영토 22% 중 PA가 통치하는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이 전쟁의 직접적 이유이기는 하다.

"돌이켜보면 하마스가 '덫'에 걸린 것 같다. 네타냐후는 하마스 공격 징후를 인지하고도 대응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인 대학살' 명분을 마련하고자 하마스의 침공을 내심 바란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오랜 시간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하고 주민들을 억압해온 건 이스라엘이었는데 지난해 10월 7일을 기점으로 이스라엘은 '피해자 코스프레'에 성공했다."

-전쟁 이후 PA가 하마스를 적극 대변하는 모습이다.

"파타는 하마스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이념을 생각할 틈조차 없다. 조상이 물려준 우리의 영토에서, 우리의 존재를 이어가기 위해 싸울 뿐이다. 하마스는 달에서 온 이들이 아니다. 팔레스타인의 일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는 그저 생존하려 할 뿐"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이란은 왜 하마스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을까.

"이란은 이스라엘과 멀리 떨어져 있다(약 1,700㎞). 이스라엘과 직접 대결하려면 이라크, 시리아 등에 파병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군사·경제·정치 여력이 되지 않는다. 이란 참여를 기대하지 않는다."
한국일보

왈리드 시암 주한·주일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가 지난달 18일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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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생각해보라.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대놓고 어기는 '불량 국가'다. 대량 학살 및 전쟁 범죄를 멈추라는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 결정마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아무 효력도 없는 휴전 및 규탄 성명 내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가는 대량 학살용 무기를 끊임없이 쥐어주고 있다."

시암 대표는 "팔레스타인이 조금만 이스라엘처럼 (공격적으로) 굴었더라면 미국 등 서방은 조금도 참지 않았을 것"이라며 "법치주의는 '내 편'에만 작동한다는 것을 이번 전쟁이 여실히 드러냈다"고도 비판했다.

-한국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도 이스라엘에 점령된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지 않나. 별개로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한국이 이스라엘 만행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입장을 취하길 바란다. '이스라엘과의 거래 완전 중단' 등이 그 방법이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도 필요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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