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미디어세상]대통령실 취재는 보장되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통령실, 국회, 행정부, 정당 등 정치조직과 더불어 공공기관과 경제사회단체들까지 기자실 또는 기자단 제도를 운영한다. 기자단은 19세기 언론이 전문화되면서 고정적인 출입처가 생기고, 개별 언론사로 대응하기 어려운 취재원의 비밀주의 타파를 위한 조직화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순기능이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기자실, 기자단 운영과정에서 보도자료에 의존하며 오히려 기자들의 취재 의욕이 줄어들고, 출입기자들이 취재원과 유착돼 취재원의 비밀주의에 동조하거나, 취재원이 비판적인 언론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변화된 언론 환경을 고려할 때 기자단은 폐지되거나 그 운영의 근본적 개혁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현실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악용 사례만 축적될 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스토마토는 2023년 1월 대통령실 출입기자 변경을 신청했지만 신원조회에 2~3주 걸릴 것이라는 대통령실 통보 후 2024년 1월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1년간 출입이 없는 출석 미비 언론사라며 뉴스토마토의 등록을 소멸시켰다고 한다. 변경 신청을 한 기자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고, 출석이 없다고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신종 탄압 아닌지 의문이다. 공교롭게도 변경 신청을 한 기자가 2023년 2월 역술인 천공의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쓴 인물이라서 더욱 그런 의혹이 짙다.

미디어오늘은 4월23일 대통령실로부터 3개월 출입정지를 받았다. 미리 받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할 발언문(가안)과 실제 발언이 다른 것을 비교하며, 가안에서는 ‘(총선)민심을 받아들인다’였지만 실제 발언은 ‘받아들여야 한다’였다고 지적했다. 받아들이는 주체가 대통령에서 국무위원들로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한 변화였다. 하지만 가안을 기사화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출입정지당한 것이다. 가안 보도가 문제였을까, 민심 수용 주체가 바뀌었음을 지적하는 기사가 뼈아파서였을까? 그리고 정지기간이 끝난 후 대통령실은 이미 오랫동안 출입하던 미디어오늘이 기자협회·신문협회·방송협회 등 단체에 등록되지 않아 재등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미디어비평지로서 언론사들의 협회에 등록하지 않았던 사정을 이전엔 인정했지만 현 대통령실은 인정 못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MBC는 5월28일 기자단 결정에 따라 2주간 출입정지를 당해 현충일 대통령 추념사를 받지 못했다. 이전에 5·18민주화운동기념사의 가안 일부를 자막 처리용을 만들어놨다가 기사로 착각해 1분 정도 미리 내보내 엠바고를 파기했다는 이유다. 실수라는 점을 사과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엠바고가 필요한 이유는 국익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단순한 실수까지 통제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실이 헌법이 보장하는 취재 기회를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위해 박탈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다. 그동안 불편한 기사를 내보내 정권과 긴장 관계에 놓인 언론사 탄압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기자실, 기자단 운영이 언론 통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자단의 대응이다. 기자단은 MBC를 자체 징계했다. 누구를 위한 결정이었을까. 또 뉴스토마토나 미디어오늘이 취재 기회를 박탈당한 것에 대해 기자단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풀기자단에 속하지 않는 언론사들의 문제라서 오불관언했을까? 기자단의 간사들은 물론 기자단에 속한 개별 기자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기자들의 취재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됐던 기자단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 기자단을 해체해야 할지 아니면 기자들의 취재 지원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는 조직으로 거듭날지는 기자단의 선택에 달렸다.

경향신문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평균 92분, 14곳 ‘뺑뺑이’… 응급실 대란을 기록하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