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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뭉치는 친한계···‘이탈표’ 지렛대로 당정 우위 가져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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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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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친한동훈(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했다. 재표결 이탈표 규모가 정국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친윤석열(친윤)계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6시쯤부터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정국 현안 등을 논의했다. 대상은 친한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 속한 의원들로, 조경태·송석준·박정하·한지아·김형동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캠프에 보좌진을 파견하는 등 한 대표를 지원했던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한 대표는 지난 7월23일 당대표에 당선되던 날에도 친한계 의원 10여명, 보좌진들과 만찬을 함께 한 바 있다. 다만 모임 자체는 장소와 참석인원 등을 철저히 비공개로 해 세 과시로 보이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만찬에서 “민주당이 11월 이재명 대표의 위기도 있고 하다 보니 이번 국감에서 엄청난 공격을 해올 것”이라며 “단결하고 지혜를 모아서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또 “국감을 앞두고 어려운 상황이 있을 텐데 잘해보자”며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 유세, 현재 여론 등을 언급했다. 지난 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이탈표가 나온 것을 두고 “우리 쪽은 확실히 아닌데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는 “대안을 내야 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보수가 살아남으려면 김 여사와 관련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기보다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모임의 성격을 두고 한 대표가 본격적인 친한계 세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도 정치는 결국 머릿수로 하는 것이고, 내 사람의 내부 단속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라며 “본인이 용산에 좀 보여주는 것도 있다고 본다. 이번 재표결에서 4표 이탈표가 나왔는데 거기서 나아가서 (계파가) 20명 정도가 있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오는 7일 원외 당협위원장 연수 참석자들과 오찬하는 것도 세력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소 10여명이 넘는 의원들이 하나의 계파로 일관된 움직임을 보인다면 재표결 정국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의 건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108명)이 재표결에 참석했으나 반대표는 4표 모자란 104표에 그쳤다.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흔들리는 당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 측에서 이를 지렛대 삼아 대통령실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수도 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일종의 경고성 이탈표가 아닌가”라며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뭔가 그런 것을 촉구하는 의미 아닐까”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특검법 부결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음 특검법 재표결시 대응에 대해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도 친윤계와 대통령실에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의혹의 배후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친윤계이자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김 전 행정관이 공격 빌미로 삼은 자료가 총선백서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근거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섣불리 세력화에 나서기보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당 관계자는 “정권 말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당이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회의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인데 계파 졸개로 전락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욕”이라며 “이러한 패거리 정치문화는 일본 정치계를 흉내 낸 잘못된 정치 풍토 ”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 계파에 속하는 국회의원들이 문득 불쌍해진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처럼 바른정당을 만들려고 하는지 아니면 몇명을 무기로 대통령을 협박하려는 건지 묘한 시기에 묘한 모임“이라고 지적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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