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여론수렴 미비”
국민연금공단.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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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발표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개혁안을 준비하며 진행한 여론 수렴 과정 곳곳에서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가 기자단 설명회와 대학생 대상 ‘토크 콘서트’ 등도 사회과학 조사기법인 ‘집단심층면접(FGI)’으로 분류하는가 하면, 국민 대상 설문조사도 정부 입장에 유리한 답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편향되게 설계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연금개혁의 방향성을 담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총 24번의 FGI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복지부는 “24차례 이해관계자 FGI를 통한 국민 여론 수렴 결과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FGI는 특정 제도 등에 관심이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심층 집단 인터뷰를 통해 개인별 의견을 넘어 참여자들의 공통적 특징을 발견하는 질적 연구방법을 뜻한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부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금제도 설명회도 FGI 실적으로 기재했다”며 “3차례 설명회는 정부 관계자의 정책 설명 위주로 이뤄졌고, 기자단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질의응답은 10~30분에 불과했다”고 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해 5월 한국외국어대에서 개최한 대학생 대상 토크 콘서트도 FGI로 분류했다. 이날 행사는 이 학교 경제학부 수업 시간을 할애해 특강 형식으로 진행됐고, 대학생 60여 명이 참석했지만 질의응답에 할애된 시간은 45분이었다. 여당 소속 복지위 국회의원이 지난해 6월 국회에서 개최한 청년 대상 연금개혁 토론회도 복지부가 진행한 FGI로 보고됐다.
강 의원은 “복지부는 이들 행사 이후 속기록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통상적인 간담회를 과학적 연구방법 중 하나인 FGI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 측은 복지부가 9월 발표한 연금개혁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 개혁안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편향된 여론조사를 수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복지부는 9월 내놓은 연금개혁 정부안에서 세대별로 보험료 인상률을 다르게 설정하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복지부는 “8월 국민연금 가입자 2810명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응답자의 65.8%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가 수행한 설문은 국민연금연구원이 질문지 초안을 작성한 뒤 복지부가 수정했다. 초안에서 해당 문항은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하여 보험료율 인상 속도나 보험료율을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하는 방안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작성됐고, 부가 설명은 없었다. 그런데 복지부와 협의 후 바뀐 문항에선 “과거에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을 많이 받았지만, 현재 젊은 세대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적은 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찬성을 유도하는 설명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 외부 기관에서 별도로 진행한 설문에서 나온 동의 비율이 35~37%였던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수행한 여론조사만 동의 비율이 30%포인트 높았다”고 했다.
강 의원은 “복지부가 정부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만들고자 설문지를 편향되게 설계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국민연금 개혁은 전 국민 노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투명하고 과학적 방법에 근거한 여론수렴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러 이해 관계자의 입장을 다방면으로 청취하기 위해 여러 차례 집중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를 FGI라고 불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설문조사 문항에 대해선 “응답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덧붙인 것일 뿐 설문 내용에 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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