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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연합시론] 하루 38명 스스로 목숨 끊어…'자살률 1위' 오명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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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하루 38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자살률은 2년 만에 증가해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경제적 어려움과 상대적 박탈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고 자살률'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안타까울 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작년 사망자 수는 35만2천511명으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반면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3천978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1일 평균 38.3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꼴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인 자살률은 27.3명으로 1년 전보다 2.2명(8.5%) 늘었다. 2014년(27.3명)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작년에도 2년 연속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특히 작년의 경우 60대(13.6%), 50대(12.1%), 10대(10.4%)의 자살률이 증가했다. 통계청은 "코로나 이후 지속된 경제적 빈곤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은 요원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 통계를 보면 OECD 평균이 10.7명인 데 반해 한국은 지난해 기준 24.8명으로 압도적 1위다. 평균의 2배가 넘고 2위인 리투아니아(17.1명)와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앞으로 10년 내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추세 변화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자살사망자는 6천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늘었다. 작년 증가율을 되레 넘어섰다. 정부와 사회가 기울여온 자살 예방 노력이 현실에서 그다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자살 사망자의 가족이나 지인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토대로 실시한 '2015∼2023년 자살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97%는 자살 전 위험신호를 보인다. 그런데도 이를 주변에서 감지하는 비율은 24%에 그친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 동료 등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통계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인 나라에서 세계 최고 자살률이 계속된다면 그 나라는 지속 가능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는 정부의 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다시금 되돌아봐야 한다. 모두의 뼈아픈 자성과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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