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5명·日메구미 등 7명 얼굴 담아 10만장 제작…통일대교·동해 살포 계획
미 인권특사에게 호소하는 납북 고교생 이민교의 어머니 김태옥씨 |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1970년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고교생 등 전후 납북자 가족들이 대북 전단을 공개 살포하며 남북 양측에 문제 해결을 호소한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룡 대표는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와 강원도 고성군 거진 앞바다에서 각각 이달 중순과 다음달 중에 납북자 생사·소재 확인과 송환을 촉구하는 대북 전단 총 10만장을 살포할 계획이라고 6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최 대표가 공개한 납북자가족모임의 전단은 '사랑하는 북녘 동포 어려분, 랍치된 우리의 가족을 아시는지요'라는 제목 아래 납북자 가족의 고통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과 함께 한국인 고교생 납북자 김영남·이민교·최승민·이명우·홍건표, 최 대표의 부친 최원모씨, 일본인 납북자의 상징으로 김영남과 결혼한 요코타 메구미 등 납북자 7명의 이름과 사진이 함께 실렸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달 중순 통일대교에서 개최할 전단 살포 행사를 앞두고 집회 신고서를 파주경찰서에 오는 8일 제출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전단 제작을 위해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연합(대표 박상학)과 협력하고 있으며, 살포 당일에도 자유북한연합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자유북한연합의 전단은 이날 살포하지 않는다고 최 대표는 덧붙였다.
살포 일자는 풍향 예보에 따라 결정한 후 언론 등에 공개할 계획이다.
납북자가족모임이 제작한 대북 전단 앞(위)뒷면 도안 |
납북자가족모임의 이번 대북 전단 살포 계획은 다른 민간단체들과 달리 사전 예고 후 공개 살포 방식이어서 대북 전단을 둘러싼 논란이 더 확대될 소지도 있다.
지난해 대북 전단 처벌법의 위헌 결정 후 민간단체의 살포가 재개됐지만 북한의 원점 타격 위협 같은 도발이나 반대 단체와 충돌 등을 고려해 살포 전 과정을 아예 비공개로 진행하거나 살포 후 내용과 사진을 공개하는 관행이 자리잡았다.
최 대표는 공개적인 전단 살포가 납북자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는 김정은 정권과 해결 노력이 미흡했던 우리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국민의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회원 논의를 거쳐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수십년을 인내하고 기다렸지만 실질적 진전이 없었기에 가족들이 직접 나서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납북자 가족은 2008년부터 납북자 문제를 담은 대북 전단을 날렸으나 2013년 당시 박근혜 정부와 여권의 요청으로 중단했다가 10여년 만에 공개 살포를 재개키로 결정한 것이다.
대북 전단을 매단 풍선의 항공안전법 위반 지적에 관해 최 대표는 "각각 이민교·홍건표(1977년 8월 전남 홍도에서 납북)의 모친 김태옥·김순례 여사는 구순을 넘으셔서 죽기 전 오로지 자식의 얼굴만이라도 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남북의 외면에 절망해 직접 나선 어머니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나"고 반문했다.
두 노모를 포함한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이 전단 제작·살포 경비를 스스로 마련했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반대 단체 등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국가안보실, 행정안전부·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2일 발송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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