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동상 만든 임옥상씨, 강제추행 혐의 받아
숙의위 "상징성에 큰 상처 입어…동상 교체해야"
1년 간 논의 못 해…사실상 올해 교체 어려울 듯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전태일 다리 위 전태일동상의 모습. mangusta@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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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작가 임옥상(74)씨가 제작한 '청계천 전태일 동상'을 교체하라는 권고가 나왔으나, 1년이 지난 시점까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올해 안에 동상 교체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태일동상을 조속히 철거하고 새로운 상징물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태일재단은 올해 초 정기이사회를 열었으나 전태일동상 교체는 논의하지 않았다. 전태일동상 존치·교체 숙의위원회가 동상을 교체하라고 권고한 지 1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전태일재단은 지난해 10월12일 숙의위원회로부터 동상을 교체하라는 취지의 권고문을 받았다.
숙의위원회는 권고문에서 "소중한 역사의 상징이었던 전태일동상은 상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작가의 범행으로 인해 그가 제작한 전태일동상마저도 위상이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씨의 성추행에 대해 "약자,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위치한 창작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자 착취였다"며 "이는 약자를 지키고자 자신의 목숨을 바친 전태일 열사의 정신에 반하는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임씨는 지난 2013년 8월께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며, 올해 5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숙의위원회 권고 이후 동상 교체에 대한 논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 3월25일 정기이사회가 열렸지만 재단 내 현안이 산적해 동상 교체 논의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다.
재단 운영이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전태일재단은 전태일 열사의 동료인 임현재씨가 이사장 직무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동상 교체는 차기 이사장이 취임하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산 확보 등의 문제도 추후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청계천에 위치하고 있는 전태일 동상은 지난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노동자와 시민 모금으로 청계천 평화시장 앞 전태일다리에 설치된 바 있다.
서울시가 공공장소에 설치됐던 임씨의 작품 6개를 모두 철거한 만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재단 측의 논의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단체의 한 관계자는 "임 작가가 만든 작품이 전태일 열사의 정신과 가치를 온전히 담을 수 있다고 봐야 할까, 라는 지점에서는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철거에 대한 논의는 공론화 될 필요성이 있다"고 짚으며 "결국 전태일동상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담기 위한 것 아니냐. 당사자인 여성,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태일동상이 긴 역사를 담고 있고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만큼 철거에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여성노동계에 몸 담고 있는 또다른 관계자는 "강제추행 혐의가 있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나 역사가 있지 않냐"며 "전태일동상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신중히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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