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30 (월)

83만 VS 83만...고려아연·베인 대 영풍·MBK 벼랑 끝 승부, '승자의 저주' 걱정도 커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려아연·베인 VS 영풍·MBK…조건 똑같아져
양측 총 5조 원 넘는 본격 '쩐의 전쟁'
한국일보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풍·MBK파트너스(MBK)가 실질적 청약 마감일인 4일 공개 매수가를 기존 75만 원에서 83만 원으로 전격적으로 올렸다. 이는 고려아연이 제시한 가격과 같은데 영풍·MBK도 물러서지 않고 기간을 연장해 싸워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양측 경영권 분쟁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영풍·MBK 연합은 오후 2시쯤 공개매수신고서 정정 공시를 내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가격을 83만 원으로 바꿨다. 공개매수 최소 청약 수량 7% 조건도 삭제했다. 가격과 조건 모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전날 제시한 내용에 맞췄다. 공개매수 기간은 이날로부터 10일 연장돼 기존 6일에서 14일로 바뀌었다.

앞서 ①9월 13일 영풍·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제시한 1주당 가격은 66만 원이었다. 이어 ②고려아연 주가가 올라 66만 원을 넘어서자 이들 연합은 같은 달 26일 공개매수 값을 75만 원으로 상향했다. 이때도 기존 공개매수가보다 13.6% 높을 뿐 아니라 당시 상장 이래 최고가였던 67만2,000원보다도 높았다.

최 회장 측은 장외 설전엔 맞서 싸웠지만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카드는 꺼내보이지 않았다. 일부 언론을 통해 최 회장이 우군 역할을 할 대기업 관계자, 글로벌 사모펀드 등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소문만 전해졌다.

법원 결정 나오자 최윤범 회장 반격

한국일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측 대립이 분수령을 맞은 것은 2일 법원의 결정이 나오고 난 이후이다.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주식(자사주) 공개 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 영풍·MBK가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법원은 이날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나서 주당 83만 원에 자사주를 최대 320만 주가량 공개매수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쥐고 있는 영풍정밀도 영풍·MBK가 제시한 가격(2만5,000원)보다 높은 3만 원에 사겠다고 말했다.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4일)을 하루 앞두고 영풍·MBK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이들 연합도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3만 원으로 올렸고 마지막 날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결국 청약 마감을 불과 1시간여 남기고 영풍·MBK가 모든 조건을 최 회장 측과 동일하게 맞추면서 이들의 분쟁은 기간이 연장됐고 승부의 결과를 알 수 없게 됐다.

한국일보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고려아연과 관련된 주가는 하루종일 강세였다. 특히 캐스팅보터로 여겨지는 영풍정밀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25.15% 급등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보다 8.84% 오른 77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시작과 함께 75만 원을 넘긴 주가는 장중 6%대에서 오르내리다 영풍·MBK가 공개매수가 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10.94%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79만1,000원)를 기록했다. 다만 최종 가격은 양측이 제시한 가격인 83만 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풍정밀은 이날 장중 20%대 오름세를 유지하다가 공개매수가 인상 계획이 전해지자 29.08%까지 올라 역시 52주 신고가(3만2,850원)를 기록했다. 이날 장 마감 가격은 3만1,850원으로 양측이 제시한 3만 원을 넘어섰다.

사상 초유의 머니 게임

한국일보

김광일(오른쪽)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9월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총 5조 원이 넘는 실탄이 필요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어느 쪽이 이기든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양측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인 만큼 추가로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사상 초유의 쩐의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MBK·영풍이 고려아연 공개 매수대금으로 치러야 할 금액은 기존 약 2조2,700억 원에서 2조5,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최 회장 측도 우군인 베인캐피탈의 지원까지 합해 3조1,000억 원이 넘는 돈을 공개매수에 쓰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고려아연이 활용할 자금은 대부분 단기 차입금으로 구성돼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발행한 고금리(약 7%) 회사채 1조 원과 운전자금 명목으로 발행한 기업어음(CP) 4,000억 원, 여기에 보유 현금은 1,000억 원 정도를 더해 이번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은행 등에서 1조 원 이상 빌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이 이기더라도 고려아연의 재무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차입금에 의존해 자사주를 대거 공개매수하는 것은 위법이자 배임이라며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끼치고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영풍·MBK가 낸 2차 가처분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배임 및 위법성'을 가리는 것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MBK·영풍 연합이 조건을 변경하면서 공개매수 기간은 14일로 연장됐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마감일은 23일이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