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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제동 건 바이든 “석유 시설 공습 외 대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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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 브리핑룸 찾아 질의응답
휴전 거부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불쾌감
트럼프 "바이든 잘못 알아...핵 시설 공격해야"
이스라엘 전 총리 "핵 시설 폭격 효과 없을 것"
한국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취임후 처음으로 백악관 브리핑룸을 찾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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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습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 브리핑실을 직접 찾아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내에선 이스라엘이 전선을 넓혀가는 것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이스라엘을 부추겼다.

바이든 "내가 이스라엘 입장이라면 다른 대안 생각"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내가 이스라엘 입장이라면 유전 타격이 아닌 대안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란이 1일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한 데 대해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 등을 보복 공격하는 것을 저울질 하는 상황에서 제동을 건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중동 내 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미국 어떤 행정부도 나보다 더 많이 이스라엘을 도와준 적은 없다. 그 누구도 없었다”며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는 이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우려가 있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 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공격해 중동을 더 큰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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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페이엣빌=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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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핵 시설 공격 먼저하고, 걱정은 나중에 해야"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州) 페이엣빌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 바이든 대통령이 잘못 알고 있다고 본다"라며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해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의 핵무기"라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는 특히 "기자들이 그 질문을 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의 올바른 답은 핵 시설을 먼저 공격하고 다른 것은 나중에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으나, 비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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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11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에후드 바라크(왼쪽) 당시 이스라엘 총리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산책을 하고 있다. 캠프데이비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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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 총리 "이란 핵시설 상징적 공격 가능성"


국제사회에서는 대체로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타격이 실현 가능성이나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다만 이스라엘 내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핵프로그램과 관련된 군사적 목표에 대한 상징적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가시질 않고 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전 총리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이란 경제를 떠받치는 석유 및 정유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핵 시설에 대한 공습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다만 이란 핵기술이 상당히 진전된 만큼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방부·외무부 장관, 군 참모총장으로도 일했던 그는 "10여년 전만 해도 내가 이스라엘 지도부에서 가장 강경한 인물이었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이런 조치가 이란의 핵 능력을 둔화시킬 수 있어 고려할 만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갈등이 중동지역의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기 전에 막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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