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의 한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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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철강업체들이 중국산 후판 수입을 막기 위해 반덤핑 제소에 나서면서 후판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용으로 사용한다. 1년에 두 번(상ㆍ하반기)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매번 치열하게 협상이 진행된다.
5일 조선ㆍ철강업계에 따르면 두 업계는 최근 몇 달 동안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했으나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몇 년간 불황을 겪다가 최근에야 호황기에 접어든 조선업계는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만큼, 후판 가격도 내려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업황이 좋지 않아 가격 인하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16∼20일)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톤(t)당 91.37달러다. 올해 초 140달러에서 30%가량 떨어졌다.
큰 폭의 철광석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92만∼93만 원으로 작년 하반기 가격과 비교하면 2만∼3만 원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만큼 조선업계의 수익성을 갉아먹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며 선박 수주 계약 대부분이 인도 대금이 많이 지불되는 헤비테일 계약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후판 가격은 조선사에게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오랜 불황을 2022년부터 회복세를 보였지만,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인해 후판 가격이 크게 인상되면서 실적 개선이 늦춰졌다”며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지금은 후판 가격도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방 산업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산 후판 수입가는 톤당 70만 원대로 국내 생산 후판 가격 대비 최대 20만 원가량 낮고,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69만 톤으로 2022년 한 해 수입량을 넘어섰다.
이에 현대제철은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산자부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이 철강 제품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가격을 인하할 경우 철강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이러한 이유로 조선업계가 양보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후판 가격 상승으로 이미 수익성이 타격을 입은 조선사들은 오히려 저렴한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을 늘려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다.
후판 가격을 두고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하반기 후판 가격은 다음 달에도 쉽게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국내 조선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고수익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고품질의 후판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산 후판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두 업계의 상생을 위해서는 빠른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투데이/이동욱 기자 (tot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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