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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김장철 귀하신 몸…특급호텔선 ‘배추’ 어떻게 공수할까 [배근미의 호스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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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테리아(hostería)란 스페인어로 작은 호텔, 여관, 식당을 뜻합니다. 당신에게 소중한 하룻밤, 먹을거리, 여유를 제공한 호텔을 어디까지 알고 계시나요? 소소하지만 미처 몰랐던, 그곳에서 먹고 자고 즐기는 모든 걸 담습니다. <편집자 주>


"고품질 국내산 배추 찾아라" 호텔 직원들이 시장에 직접 발품
"퀄리티 낮추느니 김치 안 만든다" 배추김치 생산 중단도 일상
호텔 온라인 페이지 등 연일 매진…주문 시엔 20일 이상 소요


이투데이

워커힐 온라인 스토어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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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강원도 평창에서 계약재배 방식으로 배추 수급을 하거든요. 그런데 올해에는 작황 부진으로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직접 시장 등 판매처로 나가 고품질 국산 배추를 찾으려고 발품을 팔고 있는 상황이죠”(W호텔 관계자)

배추 작황 부진의 여파가 대한민국 대표 김치 맛집으로 꼽히는 '특급호텔'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추 한 포기, 소금과 고춧가루 등 전국 각지의 최상급 재료를 엄선하고 레시피를 관리해 프리미엄 김치를 고수하던 호텔들까지 품질 좋은 국내산 배추를 구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호텔들은 다방면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천재지변급 상황에 해결책 찾기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김치연구소를 설립하고 1997년부터 김치를 판매해 온 전통의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최근 2~3주 동안 '워커힐호텔 김치' 생산을 중단했다. 워커힐호텔 김치는 호텔 내부에서 소량 생산하는 고급형 '수펙스(SUPEX) 김치'와 동일한 노하우로 만든 OEM 제품이다. 그러나 최근 고품질 배추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김치 생산이 올스톱된 것이다. 이로 인해 워커힐 온라인샵에서 판매되는 배추 포기김치 단품은 전 용량(3kg, 5kg, 7kg, 9kg) 매진 상태다.

지난주에는 소량이나마 유지하던 수펙스 김치 생산도 며칠 간 중단됐다. 호텔 관계자는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배추와 같은 신선식품에는 악재였던 데다 최근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오면서 곧 수급돼야 할 전라남도 해남 배추 역시 작황이 좋지 못한 상태로 파악하고 있다"며 "주재료 수급 이슈로 김치 생산이 중단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호텔도 배추김치 상품 매진과 출고 지연 사례가 일상이 됐다. 실제 추석 연휴(9월 16~19일) 이전인 지난달 12일 롯데호텔 이샵(e-SHOP)에서 배추김치를 주문한 고객 상당수는 아직 김치를 배송받지 못한 상태다. 당시 주문고객 대상 제품은 이날(4일)부터 출고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하순 이후 배추김치를 주문한 고객들은 이달 10일 이후에나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이조차도 현재는 품절 상태로, 구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호텔 관계자는 "저도 김치를 사려고 살펴봤는데 매진이어서 구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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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SSG닷컴에 입점한 조선호텔 김치. 배추가 사용되는 배추 포기김치와 백김치가 품절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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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웨스틴조선서울 뷔페 레스토랑 '카페로얄' 김치 맛이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포장김치 판매에 나선 또다른 '김치 맛집' 조선호텔앤리조트도 가을 배추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까지 배추 수급과 김치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조선호텔 배추김치는 알배기배추로 만든 겉절이와 묵은지김치 정도에 불과하다. SSG닷컴과 컬리 등에서 판매 중인 조선호텔 포기김치의 경우 타 호텔과 마찬가지로 품절 상태다.

그러나 해당 호텔들은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곳의 배추로 생산량을 맞추기보다는 생산 중단 등의 방식으로 본래 품질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호텔 관계자는 "그동안 호텔 김치의 경우 국내산 배추 중에서도 엄선된 제품을 사용하고 레시피 역시 까다롭게 관리해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각 호텔들의 자존심"이며 "비록 생산량이 줄거나 아예 판매를 하지 않더라도 프리미엄 퀄리티를 가져가는 것이 식음료나 호텔 자체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배근미 기자 (athena35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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