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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여학생 살인’ 박대성, 가족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면담 직후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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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서 길을 걷던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대성이 4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전 순천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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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직전 ‘자살이 의심된다’는 박대성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면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대성은 경찰이 돌아가고 20여 분 뒤 길을 걷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살해했다.

4일 전남 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0시 15분 타지에 사는 박대성의 친형이 “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119에 신고했다. 공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3분 만에 박대성이 운영하는 가게에 도착해 5분간 면담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박대성은 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경찰이 현재 상태를 묻자 “괜찮다”고 답하는 등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외관상으로도 자살 시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다. 결국 경찰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후속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이후 박대성은 가게에서 잠시 머무르다 갑자기 흉기를 들고 길거리로 나가 알지도 못하는 피해자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피해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피해자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약을 사러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박대성은 범행 후 2시간 동안 흉기를 지닌 채 술집과 노래방을 배회하다 행인과 시비가 붙었고, 출동한 경찰이 박대성의 인상착의를 알아봐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박대성을 검거한 경찰관과 앞서 자살 의심 신고로 면담했던 경찰관은 모두 같은 지구대 소속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면담 과정에선 범행 의심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신고가 접수돼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박대성은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명확한 범행 동기를 진술하지 않았다. 경찰은 4일 박대성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포토라인에 선 박대성은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하다”고만 말했다. 경찰은 수단의 잔인성, 국민의 알 권리, 중대한 피해 등을 고려해 박대성의 신상과 머그샷 얼굴 사진을 지난달 30일 전남경찰청 누리집에 공개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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