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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사설]정부 ‘올해 의대 정원 재조정’ 가능하다는 건지, 아니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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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정부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전제 조건 없이 모두 참여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올해 의대 증원 재조정은 안 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한 대표 제안대로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올해 정원은 수시 입시가 진행 중이어서 활시위를 떠났다”며 정원 재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 총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전국 의대의 집단 휴학 승인 움직임으로 의대 교육 파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이 한 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4자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증원 규모가 바뀌면 이미 수시 모집에 원서를 낸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이 ‘논의할 수는 있지만 결론은 그대로’라고 못 박은 것도 이러한 파장을 우려해서다.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대비한 플랜B도 없이 급격한 증원을 강행하다가 ‘입시 대란’과 ‘의료 대란’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정부가 올해 의대 증원 재조정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자 수능을 40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아직 원서 접수가 시작되지 않은 정시 모집의 경우 의대 정원이 동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의대에 합격해도 제대로 된 교육과 수련을 못 받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크다. 서울대 의대처럼 다른 의대들도 집단 휴학을 승인할 경우 휴학생들까지 7500명이 6년 내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지난달 치러진 의사 국가시험 실기 응시자가 지난해 1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돼 신규 의사 배출 절벽이 현실로 다가왔다. 올 2∼7월 소아암 수술 건수가 지난해보다 24% 줄어드는 등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쌓여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의료 공백만으로도 그 후유증이 최소 5년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정 갈등의 피해를 이보다 더 키울 수는 없다. 정부가 “의제 정하지 않고 만나자”고 열어둔 만큼 의사들도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의료 현실에 맞는 해법 마련을 주도하고 입시 불확실성도 해소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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