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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한마디에 유가 5% 넘게 폭등…“배럴당 200달러 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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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5% 이상 급등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 시설 공격을 지지할지를 논의한다’는 소식에 ‘오일 쇼크’ 공포가 커지면서다. 국제 유가 향방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자, 물가 안정을 전제로 ‘피벗(긴축 정책 전환)’에 나선 글로벌 통화 당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바이든 말에 5% 급등 국제 유가…“1년 새 최대 상승”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5.15% 상승한 배럴 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지난해 10월 13일 이후 유가 하루 상승 폭으로는 가장 크다”고 했다. 이날 글로벌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도 5.03% 오른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국제 유가 급등의 도화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이었다. 이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이란 원유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지지할 건지를 묻는 말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라며 “내 생각에 그것은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것을 이스라엘이 이란 원유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란, 하루 330만 배럴 생산 절반이 수출



이스라엘의 이란 재보복 카드가 원유 시설 공격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2분기 하루 약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3%에 달한다.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 중 절반가량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 시설을 본격 공격하면, 산술적으로 하루 약 150만 배럴 이상의 글로벌 원유 공급이 끊길 수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어느 시설을 공격하는지에 따라서 국제 유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달라질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내부 정유 시설만 공격한다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의 에너지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WSJ과 인터뷰에서 “이란 국내 원유 시설은 오래됐고, 다양한 상태로 파손돼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이 시설을 공격하더라도 이란이 수출할 수 있는 원유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란 경제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제 유가 200달러 갈 수도”



반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페르시아만의 카르그 섬의 터미널을 공격한다면, 국제 유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 셀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연구 컨설팅 기업인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이스라엘이 해당 시설을 공격하면 “국제 유가 배럴 당 12달러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중앙일보

이란이 1일(현지시간) 밤 탄도미사일 200여 발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지난 4월 13일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공격 규모 가 4월의 두 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스라엘군 ‘아이언돔’ 방공망이 남부 아슈켈론 상공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모습. REUTER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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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해 다른 걸프국의 원유 수출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다. 이럴 경우 원유 시장 전반에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 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폭격하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벗’ 중에 되살아난 물가 부담…강달러도 복귀



글로벌 물가 안정세에 도움을 줬던 국제 유가의 향방이 불확실해 지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도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시작으로 다른 글로벌 통화 당국들도 금리 인하를 시작하거나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물가에 영향이 큰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통화 정책을 결정하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물가 부담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인다면, 검은 월요일을 불렀던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공포가 재현될 수도 있다.

불안한 중동 정세에 한풀 꺾였던 달러 강세도 되살아났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화 값은 달러 강세에 이날 14.4원 떨어지면서(환율은 상승) 1333.7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달러 당 원화 값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1300원 초반대까지 상승했었지만, 국제 유가 충격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국제 유가 상승 한국 등 신흥국에 타격”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상승이 본격화되면 원유 수입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의 타격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을 중심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한 데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 플러스(+)의 추가 생산 능력이 충분해 기름값이 솟구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당분간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글로벌 피벗 흐름을 되돌릴 만큼 큰 폭의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산업 내 부담 등이 커질 수 있어 미리 대책은 마련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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