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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민주, 의총서 금투세 격론…'폐지' 꺼냈던 지도부로 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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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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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당론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했다.

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고 금투세 내년 1월 시행과 유예·폐지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당론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에 대한) 결론과 결론을 내리는 시점, 두 가지를 다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시작된 의총은 1시간 40여분 동안 16명의 의원이 공개발언을 이어갔다. 유예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이 조금 앞선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발언 없이 의견을 경청했다고 한다. 노 대변인은 “시행보다는 유예와 폐지가 조금 더 많았다”며 “지도부에 위임해 조기 정리해야 한다면서 ‘폐지’ 뉘앙스가 강했던 의견을 포함하면 폐지와 유예 의견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고 전했다.

유예 또는 폐지론 측은 금투세를 만들었던 2020년엔 한국 증시가 좋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진 만큼 도입은 무리라는 점을 내세운다. 특히 폐지론은 지난달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두한 이래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 등을 주축으로 세를 넓히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폐지론 측은 “금투세를 유예하려면 개정안을 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유예도 안 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모든 정치적 책임을 민주당이 지게 되니 차라리 일단 폐지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발언한 김민석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예정대로 시행하게 되면 혼란스러운 상황이 닥치고 민주당만 더 욕을 먹고 끌려다니게 된다. 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에 더 집중하자”며 사실상 ‘폐지’ 쪽에 무게를 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성호 의원도 통화에서 “2년 유예하면 대선, 3년 유예하면 총선을 앞두고 계속 발목을 잡히게 된다. 일단 민주당이 집권한 뒤 경제를 살려 놓고 추진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시행론 측은 여야가 합의했던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 속에 여당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노 대변인은 “유예나 폐지로 정해버리면 향후 상법 개정안을 추진할 지렛대 하나를 잃어버린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금투세와 별도로 경영진과 대주주 권한을 축소하는 등의 상법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기업 위축 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결국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정도로 (의견이) 팽팽하면 지도부에 위임해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제안했고 의원 다수가 동의했다고 한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전반적으로 ‘유예·폐지’ 측은 조기 결정할 것을, ‘시행’ 측은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 쪽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앙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주최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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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당 지도부로 넘어오면서 이 대표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8·18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유예 및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지난달 29일 MBN 인터뷰에서도 “지금 하면 안 된다는 (개인 투자자)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실상 유예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 인사들이 폐지론을 내놓으면서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고 한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는 중요 사안일 경우 양쪽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숙고를 거듭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에서는 7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만큼 그 이전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4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에 참석해 민주당을 압박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은 조금 더 힘내달라. 어차피 입장을 바꿀 것 아닌가”라며 “바꾸는 김에 1400만 투자자가 진짜 원하는 폐지를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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