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군:존망의 전투>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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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경절 연휴(10월1일~7일) 극장가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애국주의 영화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애국주의 영화에 대한 열광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경보는 4일 영화정보플랫폼 덩타에 따르면 천카이거 감독의 <지원군: 존망의 전투>가 개봉 사흘 만인 전날 오후 2시37분 기준 4억위안(약 756억1200만원)을 벌어들이며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점 누적 관객 수는 95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을 다룬 ‘지원군’ 시리즈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다. 1951년 5월 강원도 철원에서 중공군 제63군 소속 2만5000명과 5만명에 가까운 유엔 연합군 장병이 12일 동안 벌인 혈전을 다룬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패왕별희>로 유명한 천 감독이 전편부터 메가폰을 잡았다.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지원군: 웅병출격>은 지난해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개봉했으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경절 연휴 기간 박스 오피스 3위에 머물렀으며 한 달 넘게 상영한 끝에 수입은 8억위안을 기록했다.
<존망의 전투>는 144분의 러닝 타임을 대부분을 전투 신으로 채웠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평화를 찾는 듯했던 군인 아버지와 오누이가 명령·의용군 지원 등으로 다시 각자 전쟁터로 갔다가 한국전쟁 철원 전장에서 만난다는 설정으로 가족애를 강조했다.
한국전쟁 배경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배경으로 한국이 강조되지만 남·북한군은 등장하지 않으며 전쟁은 오직 중공군과 유엔군 간의 전쟁인 것처럼 그려진다.
중공군 병사들이 참호를 파고 수류탄과 소총으로 어렵게 연합군 탱크를 상대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실존인물로 중공군을 지휘한 펑더화이가 등장하지만 업적을 강조하기보다는 평범한 병사들의 희생과 동료애가 조명됐다. 많은 중공군 병사의 희생 끝에 미국이 휴전 협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다소 잔인한 장면이 포함됐지만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베이징의 한 영화관에서 만난 학생 팡모씨(16)는 “무겁고 진지한 영화였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부 관객들은 상영 도중 지루하다는 듯 휴대폰을 켜 보기도 했다.
<존망의 전투>가 거둔 성적을 두고 중국에서 ‘주선율 영화’로 불리는 애국주의 영화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국과 관영매체가 영화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연휴 박스 오피스 1위는 달성했지만 흥행 추이 등을 봤을 때 열기는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영화 플랫폼 더우반에는 “낮은 평점이 삭제된다”는 불만과 “가족 이야기가 억지스럽다” “미군을 무기력하고 무능하게만 그려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었다.
한국전쟁 영화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장진호>는 2021년 57억위안의 수입을 거뒀다.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에서 애국주의 영화들이 쏟아져나왔지만 이렇다 한 흥행작은 나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관객들이 천편일률적인 애국주의 영화에 염증을 느꼈다는 평가가 있다.
중국 극장가 자체의 침체가 이번 국경절 연휴에도 확인됐다. 지난해 국경절 때는 연휴 이틀 만에 영화 티켓 총예약 규모가 10억위안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사흘 만에야 이 금액을 넘어섰다. 올해 국경절 연휴 전체 극장가 총수입은 20억∼27억위안으로 관측되는데, 이 역시 작년 27억3000만위안에 못 미친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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