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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억대 뒷돈 수수’ 프로야구 KIA 장정석·김종국 1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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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51) 전 단장과 김종국(51) 전 감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함께 기소된 후원 커피 업체 대표 김모(65)씨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조선일보

KIA 타이거즈의 김종국(왼쪽)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4일 각각 배임 수재·배임 증재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전 단장, 김 전 감독, 김모씨에 대한 선고 기일을 열고 이 같이 선고했다.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진 지 약 7개월 만이다. 앞서 검찰은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에겐 각각 징역 4년, 김씨에겐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세 사람은 모두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채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 내내 장 전 단장은 줄곧 눈을 감고 있었고, 김 전 감독은 허공을 응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도덕적으로 지탄 받아야 될 사항이라는 점은 재판부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게 형사적 문제가 됐을 때 죄가 되는 것과 직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각 혐의와 관련해 설명을 이어갔다.

◇재판부 “부정 청탁 있었다고 인정하긴 어려워”

이 사건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이 김씨로부터 부정청탁을 받았다는 혐의가 있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KIA 타이거즈의 포스트시즌(와일드카드) 경기(수원)가 있던 2022년 10월 13일 원정팀 감독실에서 김씨로부터 야구장 외야 펜스 홈런 존 신설 등 추가 광고 계약과 관련한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을 받고 1억원을 받은 혐의(배임 수재)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김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KIA 팬으로서 선수단이나 관중들에게 수억원 상당의 커피 세트 등의 선물을 여러 차례 나누어준 적이 있다”며 “김씨가 평소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 측에 ‘KIA가 가을 야구에 진출하면 1억원을 격려금으로 주고, 3위 안에 들면 2억원을 더 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고, 실제로 이 사건 1억원을 교부한 것도 KT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벌어진 날 원정팀 감독실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였다면 원정팀 감독실 등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수표로 돈을 주고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돈이 수수됐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감독은 그 해 7월에는 선수 유니폼 우측 어깨 견장 광고 등 계약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6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김씨는 두 사람에게 위와 같이 청탁하고 돈을 건넨 혐의(배임 증재)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혐의에 관해선 “팬으로서 김 전 감독을 찾아온 김씨에게 김 전 감독이 견장 광고의 광고주가 되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김씨가 김 전 감독에게 청탁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김 전 감독의 부탁을 김씨가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KIA는 2021년 시즌 종료와 함께 우측 견장 광고 계약이 종료되었고, 새 광고주를 물색하다가 실패해 그 자리 광고를 비운 채 2022년 시즌이 시작됐다. 굳이 (김씨가) 청탁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시즌 절반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임에도 통상적인 1년 광고비의 60%인 1억 5000만원과 2023년 광고비 2억 5000만 원을 지급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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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사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장정석 전 단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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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단장 뒷돈 요구, ‘부정한 청탁’으로 이뤄진 대화로 볼 순 없어”

이와 별개로 장 전 단장은 이른바 ‘뒷돈’을 요구했다는 혐의도 받았는데, 그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앞두고 있던 포수 박동원(현 LG트윈스)에게 고액의 계약을 보장해주겠다며 오른 계약금 가운데 2억원을 요구했다는 혐의(배임수재 미수)다. 미수에 그친 것은 박씨가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해당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장 전 단장과 박씨 사이의 대화 내용을 보면 FA 계약을 거론하기는 하나 다년 계약을 전제로 하는 총액 중심의 협상과 겸해 진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단장과의 대화 중 선수 입장에서 자신이 받고 싶은 계약금 등을 말하는 것이 부정한 청탁인지 의문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KBO(한국야구위원회) 규약 조항들을 근거로 해 계약 협상 금지 기간에 구단과 선수가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계약 조건에 관한 모든 대화를 ‘부정한 청탁’을 위해 이루어진 대화로 볼 순 없다”며 “KBO 규약에 따라 내부 징계 등으로 처리하는 것을 넘어서 피고인을 형사법적으로 배임수재 미수죄로까지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형벌 법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여지도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 과정에서 세 사람은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KIA의 오랜 팬이었던 김씨가 선수단 사기 진작과 격려 차원에서 건넨 돈이라는 것이 골자였다.

유니폼 견장 광고 등에 관해선 “당시 KIA의 (견장) 광고가 수개월간 비어있던 상황에서 김씨가 광고를 해줘서 구단도 고마워했다”며 “부정한 청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장 전 단장이 김씨의 요구 사항을 구단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달해 계획안을 보고하게 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고 봤다. 김 전 감독 역시 구단 광고 담당자에게 김씨 업체 직원 연락처를 전달하는 등 광고계약 체결에 도움을 줬고, 그 결과 김씨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된 맞춤형 광고 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들 주장을 받아들여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KIA는 2024시즌을 앞두고 김 전 감독이 경질되는 악재에도 올 시즌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2017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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