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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의사 3600여명 부족…연봉 6억에 겨우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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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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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감염병 재난 위기 때나 의료공백 위기 때마다 비상대응의 최일선에는 항상 공공병원이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도 공공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을 맡아 격리환자 진료를 도맡다시피 했다.

그러나 대다수 공공병원은 만성적인 의사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의사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병원의 정원 대비 부족한 의사 수가 3,5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를 구하지 못해 수년 째 장기휴진 과목을 방치하는 공공병원도 여러 곳에 달했다.

경실련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국 공공의료기관 및 지역보건의료기관의 의사 부족 실태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하고 정부에 공공부문 의사 확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역․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국 공공병원과 보건소 등의 의사 정원(필요 의사) 및 부족 규모, 휴진과 및 의사 채용 실태를 파악해, 공공부문 의사부족 문제를 짚어보고 정부에 의사 수급 불안을 해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실시했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조사에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228개 공공의료기관 중 치과병원, 한방병원 등 제외한 의료기관 217개소가 자료를 제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17개 공공의료기관 중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의료기관은 91개소(41.9%)로 조사됐다. 교육부 소관 대학병원 16개 중 14곳이 정원 채우지 못했고, 지자체 소송 공공의료기관(지방의료원 포함) 40개소, 보훈병원 8개소 순으로 정원 미달 기관 비율이 높았다.

정원에 도달하지 못한 91개소 공공의료기관의 정원미달 현황을 살펴보면 부족한 의사 수는 3,563명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소관 대학병원 2,831명, 지방의료원 309명, 보훈병원 109명, 국립중앙의료원 107명, 복지부 71명 순으로 정원 미달 부족 의사 수가 많았다.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최근 1년 간 퇴사한 의사 수는 3,281명으로 집계됐다. 의료기관뵬로는 대학병원 2,333명, 지방의료원 451명, 보훈병원 184명 순이었다.

라포르시안

표 출처: 경실련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이 실시한 전국 공공의료기관 및 지역보건의료기관 의사 부족 실태 조사 결과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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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기관 외에 16개 시도 1,570개소 보건소, 보건의료원, 보건지소에 지역보건법 제4조에 따라 배치돼야야 하는 의사 최소인력은 1,956명이나 실제 배치된 인력은 1,466명으로 500명 이상 부족했다. 현원 1,466명의 구성을 살펴보면 65.2%인 957명이 공중보건의사였으며 공무원이 328명(22.3%), 보건소장 또는 보건의료원장 91명(6.2%), 계약직 의사 90명(6.1%) 순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인력기준을 초과하는 시도는 서울과 제주 뿐이다. 서울은 지역보건법 상 인력기준 119명을 초과한 182명(인력 배치기준 대비 152.9%)이고, 제주는 인력기준 20명 대비 현원 22명(110%)이다. 반면 기준 대비 현원이 가장 부족한 지역은 경북 110명, 전남 84명, 경남 76명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간(2023.7~2024.6)보건소, 보건의료원, 보건지소에서 퇴사한 의사는 431명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79.1%인 341명은 공보의 퇴사였다.

의사 현원이 한 명도 없는 보건소, 보건의료원, 보건지소는 594개소 였다. 경북 94개소, 전남 93개소, 전북 81개소, 경남과 충남 77개소 순으로 많았다. 이들 중 456개소는 비상근 의사가 순회진료, 33개소는 기타인력(한의사 등)이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간호인력이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29개소. 운영하지 않는 곳도 31개소에 달해 지역의료공백 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보건의료기관 중 전공의 이탈 사태에 따른 공보의 파견으로 임시 휴진, 순회진료 중단 등 어려움을 겪는 보건지소도 있었다. 경실련은 전공의의 조속한 병원 복귀와 함께 고질적인 지역・필수・공공의료 의사 부족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신설 및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공공의사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료기관 중 의사를 구하지 못해 휴진 과목이 있는 기관수, 휴진과목수가 모두 늘었다. 공공의료기관 228개 중 2024년 9월 기준 휴진과목 있는 의료기관 총 44개에 휴진과목수는 총 88개에 달했다. 휴진기관 수는 2022년 38개, 2023년 43개, 2024년 44개로 계속 느는 추세다.

장기휴진 과목이 있는 공공의료기관도 20개나 되었다. 대구광역시서부노인전문병원은 2008년 5월부터 현재까지 재활의학과가 휴진 상태로 휴진기간이 16년이 넘어가고 있다. 국립재활원은 이비인후과가 2016년 10월부터 휴진해 그 기간이 8년에 달하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2017년 2월 22일부터 감염내과가 7년째 휴진 중이다.

마산의료원의 경우 298병상을 가지고 있는 지방의료원인데, 심장혈관흉부외과가 22년 1월 1일부터 휴진 중이다.

필수의료로 일컬어지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가 휴진 중인 경우도 있었다. 국립부곡병원은 내과가 2018년부터,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은 소아청소년과가 2023년부터 휴진 상태다. 경상북도 안동의료원은 일반외과가 2024년 4월 25일부터, 인천광역시의료원 백령병원은 내과(2021년도 4월부터), 소아청소년과(2024년도 4월부터) 휴진 중이다.

공공의료기관은 의사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의사 채용에는 애를 먹고 있다. 전국 51개 공공의료기관은 최근 5년간 총 4,014명의 의사를 채용하려 했으나 1,334명 채용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의 채용 공고 및 결과를 분석한 결과 최다 재공고는 국립재활원 영상의학과 의사 모집으로 8번 공고했으나 미채용됐다. 공고액 기준 미채용 최고 연봉은 4억 5천으로 안동의료원은 내과 의사 구인을 위해 2023년 2월 13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채용 공고를 진행했으나 채용에 실패했다.

공고액 기준 최고 연봉 6억2,000만원으로 목포시의료원의 정형외과 의사 채용은 완료됐고, 다음은 5억 600만원(울진군의료원, 영상의학과)으로 높은 연봉을 기록했다. 2022년 영상의학과 의사를 채용했으나(3억6,000만원), 2024년 다시 진행한 영상의학과 채용 시 연봉 인상이 이뤄졌다. 거창적십자병원은 2024년도에만 영상의학과 채용 공고를 10차례 냈지만 맨 처음 4억5000만원에서 10회 공고 이후 5억으로 연봉을 올린 후 채용이 이뤄졌다.

전진숙 의원과 경실련은 "최근 필수의료 의사 부족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의대 증원과 의료체계 개편 등 개선방이 추진 중이지만 공공의료의 인력 부족 현상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1년 사이 공공의료 인력 이탈이 눈에 띄게 증가되었고 지역 및 공공의료 공백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만성적인 의사 인력 해소방안이 마련해야 하며, 최소한 공공의료기관에 필요한 의사는 국가가 직접 양성해서 배치하고 일정 기간 의무 복무하는 공공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국회와 함께 공공의대 신설 및 지역의사제 도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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