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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해리스는 60%, 트럼프는 47%…이 두 숫자가 美대선 가른다 [미 대선 D-30 |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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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1월 5일 대선에서 맞부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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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그리고 ‘47’. 오는 6일로 정확히 30일 앞으로 다가온 11ㆍ5 미국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두 개의 숫자다.

60은 남은 한 달의 마지막 최대 변수로 꼽히는 투표율 경계를 의미한다. 투표율이 60% 이상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리할 수 있지만, 낮으면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워싱턴 정가는 보고 있다. 시멘트처럼 단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감안하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층이 실제로 얼마나 투표장에 많이 나오느냐가 승부의 추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다.



“최대 관건 투표율 60% 넘느냐”



이는 8년 전 대선, 4년 전 대선에서 입증된 공식이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한 달 전까지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5%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우세를 유지해 당선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최종 투표율이 55.7%에 머물렀다.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비호감 이미지’의 클린턴 후보에 투표를 포기하면서 클린턴은 선거인단 과반에 실패했다.

반면 2020년 대선에서는 우편투표 등 기록적인 사전투표 덕분에 최종 투표율이 66.9%로 보통선거가 확립된 192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치른 역대 미 대선 투표율은 ▶2000년 51.2% ▶2004년 56.7% ▶2008년 58.2% ▶2012년 54.9%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7422만여 표로 2016년 당선 당시 총득표수(6297만여 표)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고도 낙선했다. 그보다 더 민주당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며 당시 조 바이든 후보에 8128만여 표를 몰아줬다. 데이비드 카스타그네티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규칙위원회 위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최대 관건은 투표율이 60%를 넘느냐 여부”라며 “이번 대선은 투표율이 60%를 넘을 것으로 본다. 이 수치가 오를수록 해리스 승산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47%의 벽’ 넘어설지도 핵심 키



또 다른 숫자 47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트럼프가 넘지 못했던 지지율 벽을 의미한다. 트럼프의 득표율은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각각 45.93%, 46.80%를 기록했다.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 강점인 반면 확장성에서 한계를 보여온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마의 46%’를 넘는 득표율을 올릴 경우 승리 가능성이 커진다.

니콜 프레이지어 공화당 대선 캠프 자문역은 “트럼프 지지율은 최근 47~49%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낙승을 기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의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2~3%포인트 정도 더 나왔던 경향성이 있는 만큼 ‘숨은 트럼프표’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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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4년마다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치르는 미 대선에서는 투표일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메가톤급 돌발 이슈가 선거판을 흔들곤 했다.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다. 2016년 11ㆍ8 대선을 한 달 앞두고는 트럼프의 외설적 대화가 담긴 동영상 테이프가 공개돼 “대선은 사실상 끝났다”는 말이 나왔지만 트럼프 지지층의 역결집을 부르면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2020년 11ㆍ3 대선 한 달여 전에는 트럼프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며 발이 묶여 핵심 경합주 유세를 접어야 했고, 바이든은 차남 헌터의 사생활 자료가 유출돼 곤욕을 치렀다.

이번 11ㆍ5 대선을 앞두고도 “언제든 와일드 카드(돌발변수)가 발생해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전면전 위기로 치닫는 중동 전황은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젊은 층과 무슬림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유권자의 이반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를 찍겠다’는 응답자가 42%로 ‘해리스를 찍겠다’는 응답(41%)보다 앞섰다.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가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해리스-러스트벨트, 트럼프-선벨트 박빙우세



대선 한 달 전 시점의 판세는 ‘해리스 박빙 우세’로 요약된다. 전국 단위 조사에서 1~5%포인트 차로 꾸준히 앞서는 흐름인데, 문제는 미 대선이 총득표수가 아니라 선거인단 확보 싸움이라는 점이다. 2016년 대선 때도 힐러리 클린턴이 전국 득표율에서는 트럼프에 앞섰지만(48.2%대46.1%), 주요 경합주에서 고전하면서 선거인단이 과반(270명)에 못 미치는 227명에 그쳐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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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이번 대선도 전국 득표율 대신 7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7대 경합주 판세는 피 말리는 대접전 양상이다. 대체로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 등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트럼프는 조지아ㆍ노스캐롤라이나ㆍ애리조나ㆍ네바다 등 선벨트(일조량이 풍부한 남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흐름이다.

하지만 격차가 대부분 오차범위 내에 있어 어느 한쪽의 우위를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해리스, 트럼프 대선 캠프가 양쪽 지지층의 총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1%포인트 내외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리는 경합주가 여럿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의 완승’으로 알려져 있는 2020년 대선에서도 바이든은 조지아(1ㆍ2위 격차 0.26%포인트), 애리조나(0.31%포인트), 위스콘신(0.62%포인트), 펜실베이니아(1.17%포인트) 등에서 간신히 이겼다.



“남은 한달 진흙탕 싸움 가능성 커”



이처럼 이번 대선이 대혼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정치 양극화가 낳은 ‘진영 싸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 공약 경쟁 대신 상대 후보를 악마화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주력하면서 지지층 결집에만 주력한 결과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를 겨냥한 총격 암살 시도가 두 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 반면 해리스와 트럼프 두 후보의 자질과 정책 수행 능력 등을 비교ㆍ판단할 TV 토론은 소모적인 룰싸움 탓에 한 차례에 그친 상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후보를 가급적 알리지 않는 게 전략이 돼 버린 희한한 대선”이라며 “남은 한 달도 상대 후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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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대선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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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보수와 진보 진영이 총결집할 이번 대선은 뚜껑이 열린 뒤에도 심각한 후유증이 벌써부터 예고되고 있다. 미미한 격차로 승패가 갈리는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패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 측에서 주요 경합주 등을 중심으로 선거 관련 소송을 90여 건 제기해 놓은 것도 선거 패배 시 불복 행보를 대비한 장치일 수 있다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트럼프는 그간 언론 인터뷰 등에서 대선에서 질 경우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는 물음에 즉답을 피하며 “정직한 선거를 원한다”고만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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