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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글로벌 아이] ‘이시바 시대’ 중·일 관계와 대만, 그리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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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일본 총리가 취임했다. 중국은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대변인이 먼저 “중·일 네 개의 정치문건이 확립한 각 항목의 원칙과 컨센서스를 엄수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당선 축전에서 똑같이 말했다.

암호 같은 축전을 해독하려면 지난 여름에 벌어졌던 ‘사건’부터 살펴야 한다. 지난 7월 26일 라오스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이 만났다. 회담 후 “일본 측은 하나의 중국 입장을 견지하며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라고 중국이 발표했다.

곧 사달이 벌어졌다. 8월 1일 일본 기자가 린젠(林劍) 중국 대변인에게 “중국 측 발표가 정확했나” 캐물었다. 린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이자 국제 사회의 보편적인 컨센서스”라며 “일본은 1972년 ‘중·일 공동성명’에서 이를 승낙했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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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이시바 시게루 의원(왼쪽)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만 총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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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가미카와 외무상이 직접 나섰다. 기자를 만나 “일본의 대만 입장은 1972년 일·중 공동성명에 적힌 바와 같다. 이 입장에 변화는 없다”라고 했다. “중국 측 발표가 일본 측 발언을 정확히 보여주지 않았다”며 중국에 항의한 사실도 확인했다.

중국은 당황했다. “일·중 공동성명에 적힌 바”라는 워딩을 “하나의 중국 입장을 견지한다”로 고친 것에 일본이 정색하고 나서서다. 일본도 중국의 저의를 의심했다. 두 나라 모두 정면을 공격할 듯 위장한 뒤 후방을 치는 병법 암도진창(暗度陳倉)을 떠올렸다.

새로운 이시바 총리는 ‘하나의 중국’을 어떻게 요리할까. 그는 대만을 줄곧 왕래한 대만통이다. 지난 8월에도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과 만나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아시아”라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아시아판 나토(NATO)’ 창설을 주장한 안보통이다. 동시에 2002년 방위상 취임 이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또 “중국 최고 지도자는 10년마다 일본을 방문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중국 포용론자이기도 하다.

11월 미 대선이 끝나면 페루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린다. 시 주석과 이시바 총리의 회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1992년 수교성명에서 ‘하나의 중국’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최근 논란인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지지와 맞바꿨다. 모든 통일은 ‘현상 변경’이다. 또 대만해협과 한반도 평화는 모두 중요하다. 중국·일본 정치인의 관련 발언을 토씨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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