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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사설] 21세기에 ‘자유당 선거’ 재현 중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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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전남 영광 군수 후보들과 함께 군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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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곡성서 이재명 “100만원”, 조국 “1000만원”





현실성도 없고 돈으로 표 사자는 국민 무시일 뿐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과열 경쟁으로 급속히 혼탁해지고 있다. 양당은 ‘매표형 공약’도 서슴지 않아 한국 정치의 수준을 자유당 시절 고무신·막걸리를 뿌리던 선거로 되돌렸다는 개탄까지 나온다. 이번 재선거는 기초단체장 선거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호남 민심 쟁탈전이 되면서 모두 사생결단의 형국이 됐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표는 영광에 내려가 군민 1인당 1년에 100만원씩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곡성군민에겐 매년 1인당 5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혁신당 장현 영광군수 후보는 당선 시 행복지원금 1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받아쳤다. 마치 포커판의 레이즈처럼 이 대표가 내건 100만원에 20만원을 더 얹은 것이다. 한술 더 떠 조국 대표는 신재생에너지로 생긴 이익을 재원으로 삼아 영광군민에게 매년 1인당 10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약속은 달콤하지만, 과연 실현 가능성은 어떨까.

올해 5월 기준으로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서 영광은 163위(11.7%)고 곡성은 172위(9.3%)에 불과하다. 영광 인구가 5만1000여 명이니 1년에 100만원씩 지급하려면 매년 510억원이 필요하다.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나나. 지난해 영광의 전체 세입 9609억원 중 지방세 등 자체 수입은 972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기존 사업을 대폭 줄이든가, 중앙정부에 손을 더 벌리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100만원도 무리인데 조국 대표가 말한 1000만원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

조금만 따져봐도 허풍으로 들통날 수준의 공약을 제1, 2야당의 대표들이 마구 던지고 있다. 유권자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해당 군민들에게도 모욕일 뿐이다. 자신들이 입만 열면 떠들었던 ‘민주주의’의 정체가 과연 이런 것이었나.

외지의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도 참전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영광 쌀 구매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반드시 자신이 민주당 당원임을 밝힌 뒤에 쌀을 구매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쌀 구매로 민주당 후보를 홍보하겠단 것인데, 이에 대해 조국당은 공짜 커피로 맞서고 있다. 조국당은 영광·곡성에서 ‘꾹다방’이란 이동식 카페를 운영 중인데, 주민들에게 커피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1000원 이하의 음료 제공은 허용된다는 선거법 조항을 활용한 것이지만, 일부 민주당 지지층은 반발하고 있다. 코미디 같은 양상이다.

보다 못한 김부겸 전 총리는 “해당 지역 국민들이 그렇게 만만히 보이냐”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조 대표 모두 사법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번 재선거 승리가 더욱 간절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의 품격과 원칙은 지키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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