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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필동정담] 이스라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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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0일 오전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을 찾았다. 삼엄한 경비 속에서 전신 수색을 받고 노트북과 가방도 맡긴 채 펜과 수첩만 들고 당시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대사를 만났다. 단 30분을 약속받았지만 쉴 새 없이 걸려 오는 전화통에 실제 인터뷰는 20분도 하지 못했다.

심통한 표정 속 대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국에 있던 그의 자녀들이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테러 사건 이후 곧바로 입대를 위해 출국했다는 것이었다. 벌써 소환 통보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아직 입대 절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먼저 가서 대기하겠다는 게 자녀들 의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식이 자랑스럽다는 듯 미소를 띠면서도 아버지로서의 근심 어린 표정과 눈빛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이후 해외 이스라엘 젊은이 수천 명이 전쟁이 난 본국으로 귀국하고 있고 직항편이 사라져 요르단, 이집트 등을 거쳐 육로로 입국해 입대를 자청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강한 이스라엘은 애국심에서 나온 셈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난 1년간의 전쟁에서 보였다. 반성과 준비의 힘이다. 미국 FBI, CIA와 견준다는 정보기관 모사드, 신베트가 있는 이스라엘이지만 과거 중동전쟁으로 상처도 있었다. 정보전에 실패해 '가자 메트로'라 불리는 '땅굴'이나 레바논 협곡 덫에 빠져 부대가 몰살 위기에 몰린 적도 많았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은 과거 3번이나 암살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전력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지상전에 나서지 않았다. 가자지구나 레바논의 지역 군사 인프라부터 사전에 무력화시켰다. 정보전을 통해 지휘관부터 제거하는 등 미리 준비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전략을 구사했다. 무선 호출기, 무전기 폭탄은 15년 전부터 준비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스라엘은 과거의 실패를 만회하고 더 이상의 휴전이 아닌 종전을 위해 달리고 있다. 71년째 휴전 상태인 우리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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