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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동네 맛집만 살리는 지역화폐, 예산낭비 포퓰리즘이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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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행정안전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190곳(78.2%)이 지역화폐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화폐 발행 비용과 부작용을 고려할 때 너무 과도한 수준이다.

지역화폐는 해당 지자체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다른 지자체에서는 못 쓴다는 게 문제다. 이로 인해 인근 지자체로 유출되는 소비가 줄어든다. 실제로 대전은 지역화폐인 '온통대전'을 도입했더니 역외 소비가 16.8% 감소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인접 지자체는 매출이 줄어드니 손해다. 결국 지역화폐는 자기 지자체가 이득을 보자고 인근 지자체를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이런 상황을 다른 지자체가 용인할 리 없다. 경쟁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화폐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자체 간 경제 교류가 줄어들면서 국가 경제에 해가 될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역화폐로 영세 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효과를 기대한다면 '온누리상품권'이 더 낫다. 온누리상품권은 사용처를 영세 사업장으로 제한할 수 있으면서도 전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지역화폐처럼 인근 지자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역화폐는 이미 장사가 잘돼 매출이 큰 업종으로 수요가 더 쏠리는 부작용이 있다.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연매출 50억원 이하 업종에서 판매액이 4.12% 증가할 때, 매출 10억원 이하 업종은 2.95% 증가했을 뿐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지역화폐는 이미 손님이 많은 동네 맛집만 유리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겠나.

지역화폐는 재정에도 부담이다. 지난해만 20조9000억원의 지역화폐가 발행됐다. 최대 10% 할인율 적용과 인쇄비 등을 포함하면 2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화폐의 부작용을 감안할 때 이는 예산 낭비다. 그런데도 지역화폐가 확대된 건 지자체장이 소비자에게 지역화폐를 할인해 파는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표를 얻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 장래를 생각하면 이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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