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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이슈 연금과 보험

'독감엔 100만원' 낚시성 보험 못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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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치료비 100만원 보장' '변호사 선임비 1억원 보장' 등 높은 보장금액을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보험업계의 영업 행태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실제 보장 요건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과도한 보장한도를 내세운 영업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보장금 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보험사의 내부 통제와 외부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험산업 건전경쟁 확립 방안'을 발표했다. 당국이 대표적인 과당 불건전경쟁 상품으로 지목한 것은 지난해 말 보험사들이 출혈 경쟁에 나섰던 독감보험이다.

보험사 간 경쟁이 붙으면서 통상 8만원 내외의 치료비가 필요한 독감에 대해 최대 10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곳도 등장했다. 교통사고 발생 시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한도도 기존(1000만원) 대비 10배인 1억원까지 높아졌다. 간호간병보험의 1일 보장한도도 본인부담비용이 2만원 수준임에도 최대 26만원으로 확대되는 식이다.

과도한 보상을 막기 위해 보장금액의 한도를 계산하는 가이드라인과 심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치료비와 간병비 같은 실제 지출이 예상되는 평균 비용을 고려하되, 직접 연관성이 없는 위로금이나 교통비 등은 제외하는 식이다. 의료비 보장담보(입·통원 등)는 실손보험 보장분을 반영하고, 보험상품 권유 시 이미 가입했거나 청약 중인 계약도 고려된다.

신고상품은 상품신고서에 보장금액 한도 산정 근거를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보장금액 한도 설정 심사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보험사가 상품 개발과 판매 절차를 스스로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내부 통제와 외부 검증 절차도 강화한다. 이는 보험업계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와 맞물려 이뤄지는 조치다.

우선 법규상 의무가 없어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보험사 내부 상품위원회가 보험상품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상품위에 상품 담당 임원 외에도 CRO(위험관리책임자), 준법감시인, CCO(금융소비자보호 담당 임원) 등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상품위가 상품 기획·출시·사후관리 등 상품 개발과 판매 과정의 모든 상황을 총괄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또 심의·의결 내용은 대표이사에게 보고하고, 의사록 등 회의자료는 10년 이상 보관하게 하는 등 상품위 운영의 책임성도 강화한다. 이외에 보험상품 개발 시 외부 검증도 강화한다. 계리법인의 검증항목별 구체적 절차 및 표준양식을 마련하고, 그간 이슈가 됐던 항목(해지율 등)도 검증항목으로 신설한다. 신상품 개발 경쟁이 강화될 수 있도록 보험상품의 배타적사용권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인 것을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8개월까지 늘린다.

판매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더 많은 차익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차익거래 금지기간도 현행 1차 연도에서 보험계약 전 기간으로 확대한다.

보험사들은 통상 설계사에게 전체 수수료의 절반가량을 계약 다음달에 준다. 해지가 일찍 이뤄질 경우 설계사가 받은 수수료와 소비자가 받는 환급금이 실제로 납부한 보험료보다 많아지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함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도입 의무 등 지배구조법 개정사항 및 보험업 특성을 반영한 표준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진 성과·보상체계 개선 방안도 검토한다.

[박나은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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