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주요 거점에 대한 지상전 개시를 선언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국경 지역에 주둔 중인 한 탱크가 레바논 내 표적을 향해 포를 쏘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전에 나선 것은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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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스라엘의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스라엘도 보복 공격을 암시하자 전 세계 기업들이 중동 전쟁 발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일(현지시간) 리서치업체 MST마퀴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중동 분쟁 확산으로 석유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카보닉은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최대 4%(이란 관련 원유량)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추가 공격이나 제재 강화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로 다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0.27달러(0.38%) 오른 배럴당 70.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브렌트유도 0.34달러(0.46%) 상승한 배럴당 73.90달러에 마감됐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면서 전날엔 장중 한때 상승폭이 5%를 웃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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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위기에 유류·물류비 부담
국제 유가 상승은 기업들에겐 부담이다.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무력 충돌로 봉쇄될 경우 물류비 증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외에도 중동 지역 내 긴장이 길어지면 이집트 및 동유럽에 위치한 한국 기업들의 가전·석유화학·배터리 생산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비용이 오를 수도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중동 전쟁이 격화되더라도 미국이나 남미 등 신생 산유국 생산이 늘어나면 유가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한다면 당장 (공급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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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 항구 올스톱 물류대란 우려
악재는 또 있다. 미국 항만 노조가 1일(현지시간) 0시부터 미 동남부 해안 지역 항구 30곳 이상에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2만5000명이 일손을 멈추자 뉴욕, 보스턴, 볼티모어, 휴스턴, 앨라배마항 등 미 주요 항구의 운영이 중단됐다. 동남부 해안 전역에 걸친 파업은 1977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파업으로 미국 전체 항만 물동량의 약 41%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동부 뉴어크(Newark)항 터미널에 컨테이가 쌓여 있다. 현지시간 1일 0시부터 미국 항만 노동자 2만5000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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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지난달 30일까지 회사 측인 미국해양협회(USMX)와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노조 측은 6년 동안 77%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협회는 6년 간 50% 인상으로 응수하며 협상이 결렬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번 파업으로 미국 경제가 하루 38억~45억달러(약 5조~6조원)의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로이터통신은 항만 파업으로 식량부터 자동차에 이르는 상품 물류가 중단된다면 해운 운임이 상승하고 한동안 안정됐던 미국 물가 상승률이 도로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업 여파로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을 비롯한 해운사들은 운임 인상을 대응 카드로 꺼내 들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19일부터 미국 동안으로 가는 화물에 대해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500달러,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000달러의 항만 부과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화주들에게 공지했다.
미국 동부 항만으로 배를 접안하지 못할 경우 서부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중남미의 멕시코나 파나마 또는 캐나다의 몬트리올, 핼리팩스 등으로 이동 후 내륙 운송을 통해 동부로 이동해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운임을 선제적으로 인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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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최고 물류비 기록할까
반도체·자동차 등 미국 동안으로 운송하는 화물의 양이 상당한 수출 기업들이 컨테이너 운임 상승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전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을 주로 해상 컨테이너선에 실어 운반하는 비중이 커 올해 상반기에도 해운 운임 상승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상반기에만 운반비로 1조3615억원을 지출,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63% 증가했다. 2020년과 2021년 2조원대였던 운반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2년 3조2143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다시 1조7216억원으로 낮아지며 생활가전 사업부의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지만 올해 들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김주원 기자 |
LG전자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부 김이권 상무는 “컨테이너당 평균 해상 운임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이 흐름으로는 올해 물류비가 코로나 시기 물류비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 미국 항만 파업이 장기할 경우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 서부와 멕시코 등 대체 기항지에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해외공동 물류센터의 지원을 확대하고, 현지 대체 물류사 연결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또 대금 결제 지연 등에 따른 피해 기업에 유동성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대자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금번 미 동부 항만노조 파업 사태의 추이를 예단할 수 없는 만큼보다 면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우리 수출이 최근 9월 기준 역대 1위 실적을 내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향해 순항 중인 만큼 금번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우ㆍ박해리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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