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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두 차례 판단, 엇갈린 결과, 무시한 검찰···‘수심위 무용론’ 해소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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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하기로 밝힌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유리창에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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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명품가방을 주고받은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를 지난 2일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이어진다. 검찰이 처분에 앞서 개최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 수심위 위원들에 대한 제한적이고 일방적인 정보 제공, 검찰의 권고 불수용까지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수심위 무용론’까지 나온다.

수심위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인 2018년 검찰의 기소독점과 제한 없는 재량권 행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이다. 검찰 외부 시각을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하지만 김 여사 사건에서 수심위는 도입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은 사실상 같은 사건에 대해 수심위를 두 차례 개최한 첫 사례였는데, 그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김 여사에 대한 수심위(1차)에는 기소를 주장하는 최 목사 측은 배제한 채 똑같이 불기소를 주장하는 검찰과 김 여사 측만 참석해 위원들을 상대로 입장을 설명했다. 그 결과 만장일치로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검찰과 김 여사 측의 짧은 주장을 듣고 몇 시간 만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검찰 외부인사들이 검찰이 수 개월 동안 수사한 결과와 다른 판단을 하는 건 애초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심위 제도 설계에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심위도 답을 정해놓고 구색 맞추기로 동원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며 “짧은 시간에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수심위에 참석한 한 인사는 “검찰이 한쪽으로 유도를 하니까 위원들이 반감이 있었다”며 “이미 결론을 내려놨으면 수심위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원들이 숙고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려면 제한적으로나마 사건기록 등에 대한 사전열람을 보장하고, 검찰과 입장이 다른 쪽의 의견 개진 또한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수심위 도입 때 참고한 일본 검찰심사회는 검찰의 모든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기소 여부를 심사하며, 필요한 경우 검찰에 추가 자료를 요구하거나 현장조사·증인신문을 할 수도 있다.

검찰이 처음으로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최 목사 사건 수심위(2차)에선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8 대 7로 기소 의견이 우세했다. 일본 검찰심사회는 심사 결과 기소 의견을 냈음에도 검찰이 불기소할 경우 추가 심사를 거쳐 기소를 강행할 수 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수심위 의결을 권고적 효력으로만 두면 오히려 검찰이 (수사 결과에 대한) 면죄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도 도입 때부터 나왔다”며 “심의 결과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 수심위가 철저히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점도 모순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수심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어떤 쟁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는지 사후에도 공개되지 않는다. 2차 수심위에 참여한 한 인사는 “국민이 갖는 의혹을 해소하려면 일정 범위 내에서 논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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