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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해외 있는 텔레그램은 수사 급물살…국내 메신저·커뮤니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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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텔레그램 이미지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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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텔레그램 내사에 착수하는 등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 운영사를 대상으로 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텔레그램이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기반으로 마약 유통·거래,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통 등 각종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는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텔레그램을 압박해 협조 의사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유형이 다를 뿐 범죄는 국내외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국내에 기반을 둔 메신저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각종 범죄가 만연한 상태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국내 기반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대표적 사례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조건만남’, 즉 성매매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행은 대체로 국내의 ‘랜덤채팅’ 메신저에서 공공연히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 메신저를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수사, 또는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2016년 10월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10대 피해자와 함께 7개 채팅앱 운영자를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매매를 조장·알선·유인했다는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앱들이 “성매매의 온상이 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들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니라 접속 차단 조치를 할 의무가 없다는 점, 채팅으로 이뤄지는 성매매에 운영자가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국내 ‘랜덤채팅’ 운영사들은 성매매 등 범죄가 이뤄지는 것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수익을 내는 현실”이라며 “수사기관은 딥페이크가 논란이 되자 텔레그램을 강력하게 수사한다고 하지만, 여태껏 아동 성착취 등 다양한 범죄가 이뤄져 온 국내 플랫폼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다”고 했다. 성범죄 피해자 법률대리를 전문으로 하는 신진희 변호사는 “국내 메신저 등 플랫폼은 법적 처벌 근거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텔레그램 수사가 본격화한 만큼 국내 플랫폼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학대도 온라인에서 유통·확산하는 범죄 중 하나다. 2022년 1월 길고양이를 포획틀에 가둬 산 채로 불태우는 영상이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와 이 사이트 대표가 동물학대 방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지만 불송치됐다. 유해 게시물 모니터링을 실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윤성모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동물학대는 국내 메신저·커뮤니티 등에서 서로 자랑하는 식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수사기관에서 현행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물론 사이버 범죄의 수사 범위를 넓히고 절차를 간추려 처벌을 앞당기려는 추세는 뚜렷하다. 신종 범죄의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수사와 처벌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 대상 범죄로 확대하거나, 경찰에 직접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요구 등이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기본권 침해’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기관의 권한 확대는 본질적으로 시민의 기본권 축소와 직결될 수밖에 없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국화 변호사는 “국내외 플랫폼에서 범죄가 늘고 있는 건 사실이나, 이를 제재·신고·수사·처벌하는 절차를 정밀하게 만들지 않으면 사적 대화를 검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딥페이크 성착취물 등은 적극적인 수사로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도 “요건을 모호하게 만들어 수사기관이 권한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면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라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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