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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르포]충북대병원 응급실 19시간 침묵…주변 병원서 업무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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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오후·야간 일반진료 중단

다른 2차 병원 응급실서 진료 과부화

"충대병원 갔으면 어쩔 뻔" 안도 한숨

뉴시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수요일인 지난 2일 충북대병원 응급실 앞에 비상 진료 불가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이날부터 충북대병원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응급실 성인 야간 진료를 중단한다. 2024.10.03.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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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연현철 서주영 기자 = "일시 중단도 겁났는데 이젠 정기 중단이라뇨. 응급실 맞습니까?"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학교병원이 19시간 동안 성인 진료에 침묵했다.

2일 오후 2시부터 충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출입구 앞에는 '소아·중증외상 외 일반응급 진료 불가합니다'라는 내용의 안내판이 놓였다.

하루에도 수십번 병원을 드나들던 구급차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눈에 세제가 들어간 60대 환자 등 경증 환자 몇몇이 목격된 정도였다.

병원 측이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목요일 오전 9시까지 응급실 일반진료 중단을 사전 예고하고, 소방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면서 응급실 주변은 다소 한산했다. "이젠 갑자기 아파도 안된다",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라는 입원 환자와 보호자들의 속삭임이 곳곳에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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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 2일 충북 청주시 하나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구급대원들이 환자 이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부터 충북대병원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응급실 성인 야간 진료를 중단한다. 2024.10.03.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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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진통은 한국병원, 효성병원, 성모병원, 하나병원 등 청주지역 2차 종합병원에서 발생했다.

119구급대의 안내로 2차 종합병원에 들른 환자 상당수는 충북대병원의 응급실 진료 제한을 알지 못했다.

이날 오후 8시 효성병원 응급실 앞에서 매형의 치료를 기다리던 이재근(51)씨는 "매형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음성에서 청주까지 30분 만에 넘어왔다"며 "119의 도움으로 충북대병원을 들르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갈비뼈가 부러진 지인을 데리고 한국병원에 온 전영희(63·여)씨는 "충북대병원이 응급실 일반 진료를 중단한 사실을 몰랐다"며 "큰 병원으로 가자고 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오후 11시30분께 성모병원 보호자 대기석에서 만난 홍승주(23)씨도 "친구가 복통을 호소해 증평에서 직접 운전해 넘어왔다"며 "충북대병원 응급실 진료 중단은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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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 2일 충북 청주성모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 이송을 마친 119구급대원이 차량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부터 충북대병원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응급실 성인 야간 진료를 중단한다. 2024.10.03.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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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벽, 2차 종합병원 의료진의 피로감이 한계치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호사는 "도내에서 환자 수용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대전·세종 등 주변 지역에서도 환자가 넘어오고 있어 버겁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야간에 허리를 다친 환자가 진료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했다"며 "중소병원도 대형병원과 마찬가지로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날 충북대병원 응급실 일반진료 중단 기간 도내에선 200여명이 119구급차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충북대병원 측은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하면서도 도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 후 전문의 피로가 누적돼 불가피한 결정을 하게 됐다"며 "환자와 도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운영 정상화를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전문의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8월10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응급실 일반진료를 중단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응급실 일반진료를 멈춘다.

소아·청소년, 중증외상 환자는 그대로 받는다.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지난 2월 이후 전문의 1명, 전공의 9명, 인턴 6명이 사직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n0829@newsis.com, juye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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