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發 '반도체 겨울론', '기우'됐지만 장중 한때 '5만전자'
맥쿼리 "목표주가 12.5만 →6.4만, 투자의견 매수→중립…외국인 "팔자"
HBM 주도권 못 찾아오고 TSMC와 격차 못 줄여
"원래 잘 하던 것 못 하고 신시장도 못 열어…명확한 비전 시급"
항소심 첫 공판 출석하는 이재용 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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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2일 장중 5만원대까지 추락하며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풍항계'로 불리는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 발표와 지난달 한국 반도체 수출 역대 최대치 경신 등 '반도체 겨울론'은 주춤한 분위기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주가가 펀더멘탈(재무 상태나 경영 전략 등 기업의 기초 체력)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기업의 경고등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기술리더십 회복과 명확한 비전 제시 등을 통해 '위기론'을 극복하지 못하면 삼성전자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52주 신저가 기록 새로 써
2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33% 내린 6만1300원(종가)을 기록했다. 주가는 장 초반 5만9900원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날 주가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했다.삼성전자가 '5만전자'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8만8800원을 기록한 후 3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의 최근 약세의 배경 중 하나는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시장 겨울론'이 거론된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수요 감소와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공급 과잉 등으로 내년부터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후 글로벌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마이크론의 깜찍 실적과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로 주가는 소폭 회복했다.
하지만 맥쿼리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부문 다운사이클(하향 국면) 진입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메모리 공급과잉 등의 영향에 따른 실적 둔화 우려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12만5천원에서 6만4천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면서 외국인과 기관 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HBM·파운드리, 1등과 격차 못 좁히는 삼성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의 근본적인 배경은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에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 반등이 시장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수익률이 높은 HBM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에선 시장주도 사업자에 대한 추격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기술 리더십 강화에 나섰지만 HBM 시장의 '큰 손'인 엔비디아에 납품을 위한 퀄(품질)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5세대 HBM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했다고 밝히는 등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달려가는 모양새다.
대만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 삼성전자와 격차는 전 분기(50.7%포인트)와 비슷한 50.8%포인트를 유지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도 수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섰다.
지난 5월엔 방사선 안전 관리 부실로 기흥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인도법인 가전공장의 직원 약 600명이 불법 시위를 벌이는 등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주가는 성장에 대한 기대…명확한 비전 제시 시급"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시장에 신뢰를 주기 위한 노력과 가시적인 성과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위기냐'고 묻는다면 '현재는 아니다'라고 본다"면서도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에서 기술리더십을 잃고 있고, 디바이스·가전 시장은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위기론'에 대해 삼성전자가 빨리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 진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힘은 기술리더십이었는데 지금은 새로운 것을 잘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욕심이고 원래 잘 하던 것조차 약화되고 있다"며 "최근 10년 간 삼성전자를 분석해보면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D램과 낸드처럼 기존 시장 성장에 운 좋게 편승해서 수혜를 입었는데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방향성이 제시되어 하는데 내부에서도 향후 삼성전자가 B2B(기업간거래) 중심으로 가야하는지, AI(인공지능) 중심으로 가야하는지, 글로벌 디바이스기업으로 남아야하는지, 종합가전 회사로 가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방향성을 분명히 잡아야 하는데 이재용 회장이 긴 침묵을 깨고 삼성전자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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