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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메가 브랜드 살펴보니…美·日 시장 휩쓸고 올리브영서 천억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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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메가 브랜드...인디 K뷰티 전성시대 [스페셜리포트]


매경이코노미

뷰티 크리에이터 미스 달시가 티르티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티르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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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일본 특수 ‘톡톡’

‘아누아’ ‘티르티르’ 日 돌풍

최근 상승세가 가파른 인디 브랜드 중에는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는 곳이 많다.

브이티코스메틱은 기능성 에센스 ‘VT 리들샷(이하 리들샷)’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대박을 쳤다. 미세침에 시카 추출물 성분을 포함해 피부 흡수력을 높인 리들샷은 50㎖ 용량 기준 100과 300 제품 가격이 3만원대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3개월 먼저 선보이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브이티코스메틱은 지난해에만 295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총이익(매출액-원가)이 1118억원에 달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가량(100.6%) 뛰었다.

구다이글로벌이 올해 4월 인수한 ‘티르티르’ 역시 해외 개척 선봉장이다. 특히 티르티르는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현지 맞춤형 마케팅으로 급성장했다. 일례로 티르티르가 구독자 347만명을 보유한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 ‘미스달시’에게 피부에 딱 맞는 쿠션을 개발해 선물한 ‘쇼츠’ 영상은 올해 5월 업로드된 이후 조회 수 5240만회를 기록했을 정도. 그 덕에 지난 6월에는 한국 브랜드 중 최초로 아마존의 전체 뷰티 카테고리 중 색조 제품 1위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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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공장의 ‘퓨어 클렌징 오일’이 미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마녀공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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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공장 역시 일본 수출 증가율에 힘입어 상장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미국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아마존에서 3.5배 가까이(244%) 성장하며 미국 시장에서 떠오르는 K뷰티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데다 최근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올해 8월에만 미국 코스트코 매장 300곳에 입점을 마쳤다.

아이패밀리에스씨의 ‘롬앤’은 일본 현지화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6년 첫선을 보인 롬앤은 사업 초기 일본 18~24세 여성 고객을 겨냥하고 ‘퍼스널 컬러’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일본 로손 편의점과 손잡고 공동 개발한 메이크업 브랜드 ‘앤드바롬앤’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편의점 판매 특성에 맞춰 기존 제품의 약 3분의 2 크기로 상품을 설계하고 가격도 1000엔대로 낮춘 결과다.

‘아누아’로 유명한 ‘더파운더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50%에 달한다. 아누아의 급성장 역시 해외 진출 덕이 크다. 2021년 해외 수출을 시작했는데 이듬해인 2022년 일본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증가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북미에서 아마존 클렌징오일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 역시 2021년 299억원에서 지난해 1432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고, 현재 전체 매출 중 5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2. 올리브영 장학생

‘독도 토너’ 올리브영서 매출 천억

CJ그룹 올리브영은 명실상부 ‘K뷰티 인큐베이터’로 자리매김했다. 대형 플랫폼 업체로서 중소 브랜드를 입점시켜 매출 증대는 물론 해외 수출 기회까지 제공한 덕분이다. 올리브영에 입점해 메가 브랜드로 성공한 대표 사례는 서린컴퍼니의 ‘라운드랩’, 비나우의 ‘넘버즈인’ 등이 첫손에 꼽힌다.

2017년 설립된 서린컴퍼니는 라운드랩의 ‘1025 독도 토너’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울릉도 해양심층수 미네랄 성분을 주요 원료로 사용했다. 그 밖에 칼슘, 마그네슘, 아연, 판테놀, 알란토인 등 피부에 유익한 각종 성분을 혼합했는데, 사용해본 사람들 사이에서 “좋다”며 금세 입소문이 났다. 특히 2019년 올리브영 입점과 함께 외형이 크게 성장했다. 독도 토너는 2020년부터 ‘올리브영 어워즈’ 스킨·토너 부문 4년 연속 왕좌를 차지하는 등 대표적인 올리브영 장학생으로 꼽힌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라운드랩은 지난해 올리브영에서만 연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대표 중소기업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덕분에 서린컴퍼니 매출액은 2020년 364억원에서 지난해 1156억원으로 급상승했다.

‘넘버즈인’ 시리즈로 올리브영에서 꾸준히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비나우 역시 ‘올리브영 모범생’으로 꼽힌다. 2018년 설립된 비나우는 주력 브랜드 넘버즈인을 2021년 올리브영에 입점시켰다. 이후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기획 상품을 출시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넘버즈인은 올리브영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차세대 브랜드 ‘퓌’로 또 한 번 히트 상품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비나우의 매출액은 1145억원으로 전년 592억원보다 93% 대폭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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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즈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탬버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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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알고 보니 K뷰티였어?

‘달바’ ‘탬버린즈’ 해외 이미지 물씬

‘승무원 미스트’로 이름을 알린 ‘달바(d’Alba)’가 K뷰티 제품인지 모르는 소비자가 꽤 많다. 브랜드 이름부터 화이트 트러플 산지인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알바(Alba) 지역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국적인 느낌을 줘서다. 더불어 해외에서 일찌감치 유행을 타고 있는 ‘비건’ 트렌드를 적극 받아들여 식물성 성분으로 제품 개발을 했다는 점도 차별점. 그 덕에 달바는 해외 유행에 민감한 항공사 승무원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났고 이를 본 국내외 고객의 ‘따라 하기 구매’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서울 한남동에 화이트 트러플을 주재료로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열어 고객의 이국적인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썼다. 그 덕에 미국과 일본, 동남아 등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수출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 역시 이국적인 브랜딩으로 성공한 경우다. 쇼룸에 들어서면 제품보다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떠올릴 정도로 다양한 오브제가 공간을 가득 채워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양승진 작가의 의자부터 해외 유명 작가 가구를 컬래버 형태로 전시하기도 한다. 또 화장실을 쇼룸 중간에 배치하는가 하면 거대한 동물 형상을 가져다 두기도 한다. 고객은 매번 신기한 공간을 탐험하는 듯 방문하고 그 사이에서 제품을 보물 찾기 하듯 찾아 구매하는 ‘경험’에 지갑을 연다. 외국인 고객이 국내에서 꼭 찾아야 할 명소로 탬버린즈 매장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회사는 젠틀몬스터로 유명한 아이아이컴바인드. 여전히 젠틀몬스터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탬버린즈를 위시한 화장품 부문 매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1년 279억원 수준이었던 화장품 부문 매출은 지난해 1174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4. 전통의 강호 역주행하다

‘닥터지’ ‘미샤’…중고 신인 등극

사실 K뷰티 시장에는 최근 뜬 인디 브랜드보다 훨씬 먼저 활약했지만, 지금은 잊히거나 실적이 곤두박질쳤던 곳이 꽤 있다. 그런데 반전도 있다. 잠시 잊혔던 ‘전통의 강호’ 중 다시 실적이 역주행하는 브랜드도 눈에 띈다.

‘닥터지(Dr.G)’를 운영하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이 대표적. 나름 역사와 전통 있는 회사다. 1999년 피부과 전문의 안건영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의약 성분과 화장품을 접목한 ‘코스메슈티컬’ 기업을 표방해 큰 호응을 얻었다. 다만 고운세상코스메틱 매출은 2015년까지도 144억원, 2016년에는 201억원, 2017년에도 265억원에 머물렀다. 고운세상코스메틱 매출이 1000억원을 바라보기 시작한 건 스위스 최대 유통 기업 미그로스그룹에 지분 51%를 매각한 2018년(992억원)부터다. 유럽 시장에 발을 들이며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닥터지를 필두로 2019년 매출액이 1533억원으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1984억원까지 치솟으며 이제 매출 20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됐다. 안건영 대표는 매각 이후에도 2대 주주 지위와 함께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오프라인 로드숍들이 몰락하며 한때 부침을 겪었던 ‘미샤’ ‘토니모리’도 최근 다시 흥행하기 시작했다. 올 2분기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상승한 모습이다.

한때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던 이들 로드숍 브랜드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고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매장 생태계가 달라져 한동안 실적 부침을 겪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최근 몇 년간 쏟아져 나온 국내 인디 브랜드에 밀릴 뻔했지만 체질 개선을 통해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고 해외 시장 판로 확대에 힘쓰면서 다시 견고한 성적을 내고 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 2분기에만 매출 657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수익성이 낮은 면세 채널 의존도를 대폭 낮추면서 전년 동기 746억원 대비 11.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억원 대비 34% 늘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14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 만에 전년 연간 실적을 이미 상당 부분 달성한 셈이다.

미샤는 최근 일본 시장에서 색조 화장품에 이어 기초 화장품 라인까지 강화했다.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 선호도가 높은 일본 시장 특성을 고려해 ‘프라자’ ‘로프트’ ‘도큐핸즈’ 등 일본의 유명 H&B 점포를 비롯해 약 2만개 매장에 진출했다.

토니모리도 실적이 상승세다.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71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6.1% 증가했다.

토니모리도 최근 새 유통 채널을 확대한 덕분에 실적이 좋아졌다. 올 들어 ‘PX 군마트’와 ‘올리브영’ 입점을 시작으로 다이소에까지 발을 들였다. 또 미국 플러시 인형 브랜드 ‘스퀴시멜로우’와 컬래버한 제품이 미국의 뷰티 멀티숍인 ‘얼타’와 ‘아마존’ 등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에 대대적으로 입점했다. 9월에는 멕시코 ‘월마트’와 ‘월마트 익스프레스’ 400개 매장에 ‘아임마스크’ 제품이 정식 입점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킬커버’ 제품군으로 유명한 ‘클리오’는 2024년 2분기 매출이 9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47% 대폭 성장했다. 클리오는 지난 2분기 일본 현지 핵심 벤더 업체를 인수하고, 일본법인 클리오재팬을 공식 설립하며 사업 구조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일본 현지 1위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약 2만여개 매장에 ‘트윙클팝’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유통 채널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북미, 동남아 등 주력 국가에도 진출했다.

[박수호·정다운·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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