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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뒷문 연 이란, 탄력받은 이스라엘, 해답 못찾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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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화약고 된 중동②

[편집자주] 2023년 10월7일 발발해 1년이 된 가자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시작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을 넘어 이란으로까지 번졌다.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중동전쟁 상황과 확전 배경, 국제사회 영향 등을 두루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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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후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세력이 공습을 축하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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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불씨를 지피는 이스라엘을 향해 이란이 1일(현지시간)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하마스, 헤즈볼라 등 지역 세력을 아우르는 '저항의 축'의 중심 국가 이란이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중동 갈등이 최고조를 향한다. 이스라엘은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고 있고, 11월 대선을 한 달 앞둔 미국은 뾰족한 수가 없다. 말릴 주체들이 보이지 않으며,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불거진다.

이란의 보복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나왔다는 평가가 다수다. 이날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동 외교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센커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예,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가 사살된 것은 이란에 치욕"이라며 "하마스에 이어 저항의 축 핵심으로 꼽히는 헤즈볼라까지 약화되면서 범이란 세력 전체가 몰락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자 이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란은 지역 영향력을 다시 굳히기 위해 뭔가 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퀸시연구소 소속 트리파 파르시 부소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을 지적했다. 공습 전날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에서 "해방된다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정권 교체를 시사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셈으로 파르시 부소장은 "이란은 (이스라엘로부터)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하니예 피살 이후 2개월간 복수를 실행하지 않은 이란의 이번 공습은 하메네이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공습 직후에는 "이스라엘이 도발하지 않는다면 추가 보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하메네이가 이스라엘, 나아가 미국과 정면 대결을 원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공습에서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념보다 현실을 우선한다. 그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미국과 전쟁하면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지 체감했다고 한다.

경제도 어렵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한 이란 연간 물가상승률은 30% 이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와 함께 복원한 경제 제재가 경기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 JCPOA 복원을 위한 대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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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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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스라엘과 정면 대결을 택할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는 없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공습 때와 달리 이란은 이번 공습에 대해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통보했다는 주장도 나옴. 다만 양국은 국교가 단절돼 있어 3국을 거쳐야 함) 탄도미사일 기준으로 보면 공습 규모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4월 공습에서 이란은 순항미사일 30발, 드론 150기와 함께 탄도미사일 120발을 발사했고 이번 공습에서 탄도미사일 200발가량 발사했다.

하지만 전쟁 향방을 정하는 키는 이스라엘이 쥔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극단까지 나아간다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나탄즈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소속 조슈아 랜디스 중동연구센터 소장은 VOA(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공격 명분을 얻었다면서 "미국이 그를 제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스라엘 총리 최초로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으로 정치생명을 연장 중이다. 여기에 그의 정치생명의 일부를 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극우정당 '유대인의 힘'은 배후에서 전쟁을 부추긴다. 네타냐후 역시 헤즈볼라 공격으로 성과를 낸 후 여론 지지도가 상승 중이다. 다만 2일 헤즈볼라와 첫 지상전 때 이스라엘의 피해가 작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군 투입 확대까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이란과 동시에 큰 전투를 벌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교가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외교가 실패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싱크탱크 카토연구소는 가자지구 개전 이후 헤즈볼라로 인해 이스라엘에 피해가 상당했는데도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 해법만 고집해 이스라엘 전의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만능주의가 현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전통적인 이스라엘 지지층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유권자 모두를 잡아야 하는 민주당은 운신의 폭이 크지 않기도 하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NYT는 중국, 러시아 같은 이 지역에 영향 줄 수 있는 나라들이 중동 문제 개입에 관심이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 역시 자국의 입장을 고려해 적극 나서지 않는다고 짚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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