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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문체부 "홍명보 선임 과정, 규정·절차 위반...그러나 계약 무효 판단 어렵고, 축협 스스로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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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다 지적하면서도 처분 어렵다는 문체부
"축협, 독립성 존중...특정한 조치하기 어렵다"
중간 감사결과 다소 애매해 국민 납득 힘들 듯
한국일보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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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이 모두 규정과 절차를 위반, 불공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선임된 홍 감독의 거취에 대해선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축구협회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확인하고도, 규정을 위반한 축구협회에 후속 조치를 넘기는 것이어서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중간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고 했으나, 특정감사 결과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부적정한 감독 선임 문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축구협회는 5개월 뒤 홍 감독을 선임했으나, 절차적 정당성 문제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문체부는 축구협회와 홍 감독을 향해 비판 여론이 들끓자 지난 7월말부터 축구협회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문체부는 먼저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권한 없는 자가 최종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불공정하며, ▲감독 내정·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사회 서면 결의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이같은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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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가운데)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 뒤편에는 홍명보(왼쪽)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자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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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 면접 과정 불투명하고 불공정해"

문체부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문제 삼은 건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권한이다. 문체부는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의 구성원이 아닌 축구협회 기술본부를 총괄하는 자리에서 감독 추천 권한이 없음에도, 회장과 상근부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후속 절차 진행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감독 후보자 3인에 대한 대면 면접을 진행한 후 추천 우선순위를 결정해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홍 감독 면접 과정도 불공정했다고 지적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에서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다"며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달리 사전 인터뷰이 질문지 없이, 참관인 없이 단독으로 장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요청하는 등 상식적인 면접 과정으로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독대한 상황에서 실제 면접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의결도 선임 발표 후 진행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문체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이사 중 일부는 '이사회 서면결의가 단순 요식행위에 가부 판정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유감'이라는 의견을 냈고,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도 있었으나, 의결정족수(재적이사 26명 중 23명 참가, 23명 참가 중 21명 찬성, 1명 반대, 1명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에 따라 홍 감독 선임 안건이 최종 의결됐다"고 지적했다.

이울러 최 감사관은 축구협회에서 부정하는 '전력강화위원회 11차 회의'에 대해선 "정식 회의로 유효하다고 본다"며 "그 이유는 정관에 따르면 위원장은 이사 중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사직서를 제출해야지만 사임이 되는데, 사임의 의사를 밝혔지만 정해성 위원장은 당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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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월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한국 축구는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염원했지만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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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클린스만 면접 직접하며 선임 개입"

또한 문체부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개입했다고 봤다. 문체부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축구협회와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2023년 1월,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에이전트를 선임해 후보자 20여 명에 대한 접촉을 진행했다"며 "처음부터 전력강화위원들을 배제한 채 선임 절차를 추진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6명)은 첫 번째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해 주도록 축구협회로부터 요청받았다"며 "또한 감독 후보자에 대한 면접과정을 살펴보면, 1차 면접은 전력강화위원장이, 2차 면접은 회장이 진행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은 축구협회-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이 체결된 이후, 두 번째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그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축구협회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 선임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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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유인촌(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몽규(오른쪽)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왼쪽)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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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잡는 건 축구협회 스스로"?

그러나 문체부는 가장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홍 감독 거취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최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절차가 법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인가'라는 질의에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되었지만,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홍 감독을 위해서 뽑기 위해서 불법을 조장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다만 '계약 무효라고 보기 어려운 게 정무적 판단인가'라는 질문엔 "저희들이 감사 관련해서 정무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내부적으로 토론을 통해서 결정된 사안"이라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문체부는 발표 전날 일부 언론에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홍 감독을 물러나게 할 정도는 아니다"는 입장을 먼저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최 감사관은 '축구협회에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면, 홍 감독 거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처분인가'라는 질의에도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내부 절차에 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또 이로 인해서 국민들의 비판과 여론이 크기 때문에 감독 부처로서 문체부가 묵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축구협회의 독립성이 존중받아야 되기 때문에 축구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의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처분과 관련해서도 "지금 절차적 흠을 갖다가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축구협회에서 자율적으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특정한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답변만 했다.

최 감사관은 정 회장과 관련해선 "정 회장의 경우 관련 정관이나 국가대표 운영규정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고,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등 10월 말 최종 감사결과를 반영해 종합적으로 처분 요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문체부의 감사발표에 대해 "협회의 정관과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은 감독 선임 관련 절차에 대한 여러 상황 등 상세 규정과 세칙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명문화되지 않은 과정이 진행됐다고 해서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결과가 절차를 위반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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