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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 (일)

‘백곰’ 후 46년만에 나온 ‘현무5′… 지하 100m 벙커도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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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우리나라의 최신형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 현무-5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탄두 중량이 최대 8톤(t)에 달하는 고위력 미사일인 현무-5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무기로, 지난 50년의 개발 역사가 집약돼 있다.

미사일은 자력 비행이 가능하고 유도 시스템이 있으며, 표적을 파괴하는 탄두를 탑재한 무기체계다. 속도가 가장 빠르고 사거리가 긴 탄도미사일은 지상 또는 잠수함에서 공중으로 발사해 포물선 형태를 그리며 날아간 뒤 목표 지점을 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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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고위력 지대지 미사일 현무-5가 탑재된 발사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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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배경은 지난 1969년 발표된 ‘닉슨 독트린’이다. 당시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군사·경제적 부담 때문에 반전(反戰) 여론이 확대되자,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 우방국에 군사적 개입을 피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다. 이후 미국이 주한미군 규모를 축소하면서 한국은 국방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하고 1971년 ‘항공 공업 사업’이라는 위장 명칭을 붙이며 극비리에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 관련 기술이 전무한 상황이라 국내 개발진들은 미국의 지대지 미사일 ‘허큘리스’를 역설계하며 기본 기술을 확보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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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의 비행 궤도. /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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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78년 9월 우리 손으로 직접 개발한 최초의 미사일 ‘백곰’이 나오면서 한국은 세계 7번째 탄도미사일 보유국이 됐다. 백곰의 외관은 허큘리스 미사일과 동일하지만 내부는 다르게 설계됐다. 백곰의 최대 사거리는 180㎞ , 탄두 중량은 500㎏이다. 고체로켓 추진방식을 적용했고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목적지까지 항로를 유도하는 관성항법장치가 적용됐다. 백곰은 초기 생산 물량 일부가 포병 부대에 배치됐으나 이후 10·26 사태와 12·12 사태로 인해 양산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이후 한국은 1979년 10월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최대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백곰과 동일한 180㎞, 500㎏ 이하로 각각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을 채택한다. 미국이 핵무기 개발을 염려해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중단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 지침은 단계적으로 완화되다가 지난 2021년 종료됐는데, 한국의 미사일·우주발사체 개발 역량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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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초기 탄도미사일인 백곰(왼쪽) 모형과 현무-1(오른쪽). / 방위사업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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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신군부는 ADD를 해체하고 미사일 개발을 중단했지만, 1983년 아웅산 테러 사건을 겪은 뒤 미사일의 필요성을 깨닫고 개발을 재개한다. 이후 다시 모인 백곰 개발진은 1986년 백곰을 개량한 ‘현무-1’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다.

현무-1의 외형과 최대 사거리는 백곰과 동일하지만, 하나로 통합된 엔진을 사용해 정밀도와 명중률을 높였다. 또 450~600㎏의 고폭탄 탄두를 장착했고, 탄두에는 수백 개의 자탄이 들어 있어 타격 지점 반경 수백m 이내를 초토화할 수 있게 설계했다. 현무-1의 국산화율은 90% 수준으로, 국산 미사일 중 가장 높다. 한국은 1993년 현무대대를 창설해 약 200기를 실전 배치했다. 현재 현무-1은 모두 퇴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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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운용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2의 발사 장면. /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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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국은 1990년대 후반 비밀리에 현무-2 개발에 돌입했다. 2001년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이 300㎞까지 늘어나자 현무-2는 300㎞급 미사일로 개발됐다. 2000년대 초 실전 배치된 현무-2는 발사관(캐니스터)에 탑재돼 필요시 발사관을 수직으로 세워 발사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후 2012년 제2차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미사일 최대사거리가 800㎞까지 늘어나며 2010년대 현무-2A, 현무-2B, 현무-2C 등 다양한 개량형이 나왔다.

현무-4는 2017년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3차로 개정되면서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져 개발이 시작됐다. 2020년 개발을 마치고 현재 실전 배치 단계에 돌입한 현무-4는 탄두 중량이 2t이 넘고, 사거리가 800㎞에 달해 북한 전역의 지휘부 벙커와 핵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무4는 현무-4-1(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2(함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4(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등 다양하게 파생돼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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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0월 1일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행사 영상에 등장한 고위력 현무 계열 미사일 모습.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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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국은 현무-4를 상회하는 고위력 탄도 미사일 개발을 진행했고, 2022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현무-5로 명명된 이 미사일은 올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데 발사관 길이만 약 20m, 발사차량 바퀴만 18개에 달할 만큼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다.

현무-5의 탄두 중량은 최대 8t으로, 현존하는 재래식 중단거리탄도미사일 중 가장 큰 규모다. 탄두 중량을 1t까지 줄이면 사거리를 50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현무-5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하는 지하 100m 깊이의 벙커까지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 시 20∼30발의 현무-5로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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