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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트럼프·해리스가 문제” 美 부통령 후보 TV토론서 ‘1인자’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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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공격 자제하고 ‘정책 토론’

“두 후보 서로에게 예의 갖춰...대선 판에서 보기 힘든 장면”

조선일보

1일 미국 뉴욕 CBS 방송 스튜디오에서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TV토론이 열렸다. 왼쪽부터 공화당의 J 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민주당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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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우리에겐 안정적인 리더십(카멀라 해리스)이 필요하다.”

“해리스 때문에 미국은 더 어려워졌다. 무너진 리더십이 아닌 트럼프만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한달여 앞둔 1일 밤 진행된 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J D 밴스(40) 상원의원이 맞붙었다. 이번 대선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초박빙 구도로 치러지는 가운데 두 러닝메이트는 외교·이민·낙태·경제 등 전방위 이슈를 두고 해리스·트럼프 후보의 단점과 실정(失政)을 부각시켰다.

이날 두 후보는 생방송 토론 시작 1분 전 각 당을 상징하는 파란(민주당), 빨간(공화당)색 넥타이를 메고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사회자의 토론 시작 사인과 함께 둘은 악수를 나눈 뒤 각자 연단으로 돌아갔다. 이날 뉴욕에서 CBS방송 주관으로 90분간 진행된 토론의 사회는 CBS 간판 여성 방송인인 로라 오도넬과 마거렛 브레넌이 맡았다.

네브래스카주(州) 출신 월즈와 오하이오에서 자란 밴스는 중서부 ‘지역의 흙수저(자수성가형)’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백인 남성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평범한 교사로 일하다 2006년 정치에 입문한 ‘옆집 아저씨’ 스타일의 월즈와 명문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벤처 투자자로 성공한 ‘야심가’ 밴스가 유권자들에게 풍기는 이미지는 정반대다. 미 정가에선 여러모로 대척점에 있는 두 명이 이날 토론에서 서로의 과거 이력과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맹공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막이 오르자 토론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불러왔던 첫 대선 토론과 지난달 해리스·트럼프간 토론때처럼 상대방의 발언에 비웃거나 고성을 지르면서 윽박지르는 장면도 없었다. 미 언론들은 ‘정책 위주의 토론(뉴욕타임스)’ ‘개인적 공격을 생략한 차분한 토론(월스트리트저널)’이라고 했다.

토론에서 두 후보는 직접 충돌하기 보다는 상대방 측 대선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정권 2인자’인 부통령 후보가 아닌 대통령 후보가 사실상 주인공인 선거에서 1인자 비판에 역량을 쏟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날 첫 발언을 한 월즈는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쪽으로 돌아서며 동맹에 대한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민주당은) 계속 (동맹에) 헌신해왔다”며 “우리는 해리스에게서 지속적인 리더십을 본다”고 했다. 이어 “동맹국들조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리더십을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밴스는 “이란과 지지를 받는 테러 세력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건 당신의 러닝 메이트(해리스)가 부통령으로 있을 때”라며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미국은 유일하게 큰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번 대선 최대 쟁점인 낙태 문제에 대해 월즈는 “(낙태를 금지한) 텍사스에서 산모 사망률이 급증했다. 이는 트럼프의 책임”이라고 했다. 지난 2022년 6월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데 대해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잇따라 임명한 트럼프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이에 대해 밴스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공화당은) 친가족 정책을 추구하고 불임 치료를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선 반대로 밴스가 바이든·해리스를 공격하고 월즈가 방어하는 구도였다. 밴스는 “해리스가 (이민 정책을 전담하기) 시작한 뒤 펜타닐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미국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이에 월즈는 “해리스는 과거 미국 최대 주이자 접경 주인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재직 당시 국경을 넘나드는 인신매매, 마약 거래 등을 기소한 사람”이라며 방어했다.

트럼프와 극성 지지층의 2020년 대선 결과 부정, 1·6 의회 습격 사태 등을 놓고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월즈가 이를 ‘민주주의 위협’으로 규정한 반면, 밴스는 “2020년 대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런 의견을 펼치지 못하게 ‘검열’하는 해리스가 문제”라고 했다.

월즈는 총기 규제 문제를 논의할 때 “내 아들이 17살이었을 때 커뮤니티 센터에서 배구를 하다 총기 사건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러자 밴스는 “알지 못했는데 정말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끔찍한 일”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날 밴스는 “월즈가 부통령이 된다면 나는 그(월즈)의 성공을 기원하겠다”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TV토론과 비교할 때) 두 후보가 서로에게 상당한 예의를 갖춘 것이 놀랍다”고 했다. 90분 토론이 끝난 뒤에도 밴스가 월즈 쪽으로 다가가 악수를 했고 웃는 얼굴로 얘기를 나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중서부 출신의 친절함이 그대로 드러난 토론회였다”고 했다.

이날 토론이 서로에 대한 날선 공격없이 차분히 진행되면서 미 언론들은 주요 경합주에서 1%포인트 차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현 대선 구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사실상 ‘무승부’를 선언했다. 토론 조사 후 CBS 여론조사에서 밴스가 이겼다고 응답한 비율은 42%로, 월즈라고 답한 비율(41%)과 1%포인트 차이였다. 비겼다고 응답한 비율도 1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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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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