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기갑부대 등 투입... 국경 마을 27곳 소개령
헤즈볼라도 반격... “모사드 본부에 미사일 공격”
전면전 땐 ‘제3차 레바논 전쟁’... 이란 대응 주목
백악관 “이란,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
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교외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인해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베이루트=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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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경을 넘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영토 진입은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이 이제는 레바논으로도 번진 것이다. 양측의 지상 전투가 본격화해 전면전, 곧 ‘제3차 레바논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동맹) 맹주인 이란의 대응 수위가 확전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 당국자는 이튿날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중동 전역이 당분간 ‘초긴장’ 상태에 빠지게 됐다.
“제한적·국지적·표적화된 지상 습격”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일 오전 1시 50분쯤 성명을 통해 “(몇 시간 전)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제한적·국지적이고 표적화된 지상 습격(ground raids)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헤즈볼라는 국경 근처 마을에서 (하마스가 감행한) 지난해 10월 7일 방식의 기습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이는 이스라엘 북부 지역사회에 즉각적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내각은 전날 오후 7시 30분 회의에서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 작전의 ‘다음 단계’를 승인했다.
격렬한 교전도 벌어졌다. IDF는 이날 “특공대, 낙하산부대, 기갑여단 등이 레바논 남부에서 구체적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남부에 강도 높은 포격을 퍼부었고, 일부 지역에선 대규모 전차포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탱크가 여러 마을에 진입했다는 보도(알자지라)도 나왔다. 레바논 남부 접경 마을 27곳은 소개령이 내려지며 봉쇄됐다.
이스라엘보안군 대원들이 1일 이스라엘 중부 호르심 지역에서 로켓 타격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해당 로켓은 레바논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고됐다. 호르심=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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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침공? 레바논 민간인들에겐 위안 안 돼”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 메툴라 지역에서 이동하는 적군을 포격했다”며 반격 사실을 알렸다. 특히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모사드(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본부와 정보부대 8200부대를 향해 파디-4 미사일, 이스라엘 중부 샤론 지역으로 로켓 3, 4발을 각각 발사했다고 TOI가 전했다. 일부는 방공망에 요격됐지만 최소 4명이 다쳤다. 다만 헤즈볼라는 이후 “(이스라엘) 점령군의 ‘레바논 진입’ 주장은 모두 거짓이며, 지상 충돌도 아직 없었다”고 밝혔는데, 레바논 내 지지세력 동요를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상군 투입 목적은 ‘헤즈볼라 인프라 제거’이며, 작전 지역도 레바논 남부로 한정해 “되도록 신속히 완료한다”는 게 IDF의 입장이다. ‘전면전’에 선을 긋고, ‘제한적 지상전’으로만 규정한 셈이다. 2006년 헤즈볼라와 34일간 벌인 제2차 레바논 전쟁이 ‘패배’로 끝났던 전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무력 충돌 중단’ 호소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선 호출기(삐삐)·무전기 폭탄 테러(지난달 17, 18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암살(지난달 27일) 등에 뒤이은 이스라엘의 ‘폭주’라는 분석이 더 많다. 미국 CNN방송은 “제한적 침공이라는 이스라엘군 발표가 레바논 민간인들에게 위안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탱크가 지난달 30일 레바논 접경 지역인 이스라엘 북부에서 기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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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휴전 요구 또 무시... 미국엔 사전 통보
중동 확전 억제를 위한 노력은 이번에도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불과 몇 시간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금 당장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사실상 무시됐다. 다만 나스랄라 제거 때와는 달리, 이번 작전은 미국에 사전 통보됐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국경 근처 헤즈볼라 인프라에 집중하는 제한적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알렸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일단 ‘헤즈볼라 공격 기반 해체’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란의 개입을 막기 위해 미군 수천 명을 중동 지역에 증파하기로 했다. AP통신은 “추가 병력 투입 시 중동 지역 내 미군 규모는 최대 4만3,000명이 된다”고 전했다. 미국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작전 대신 ‘국지적 대응’을 요구했고, 미국 정부도 논쟁을 거쳐 ‘이란 억제’를 위해 결국 지상전 개시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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