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1 (화)

[사설] “대통령 사과했으니 국민이 이해하라”는 한 총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덕수 국무총리가 9월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30일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에 대해 “대통령께서 기자회견 하실 때 사과도 하셨다. 그 정도면 국민께서 이해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걸 두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대신해 사과를 했으니 국민들도 더 이상 문제 삼지 말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참으로 국민을 우습게 아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온 국민이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장면을 영상으로 지켜봤고, 부적절하기 짝이 없는 처신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김 여사는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이 “몰카 공작” “박절하지 못해” 운운하며 변명과 역공으로 일관하다 총선 참패 뒤에야 ‘대리 사과’로 무마하려 했을 뿐이다. 오히려 김 여사는 검찰이 명품 백 사건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하고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도 이를 추인하자, 보란 듯이 자신이 대통령이나 되는 양 공개 행보를 재개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오죽하면 여당에서도 ‘김 여사 사과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겠는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 갈등과 김 여사 사과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책무를 갖는다(헌법 86조). 지금 윤 대통령은 민심에 눈 감고 귀 막은 끝에 취임 이래 최저 지지율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심리적 탄핵’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한 총리가 조금이라도 총리의 책무에 대한 자각이 있다면, 국민이 아니라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더 이상 민심을 거스르지 말라고 충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한 총리는 윤 대통령에 대해 “대인이시다. 제일 개혁적인 대통령” “국가냐, 인기냐 했을 때 (대통령은) 당연히 국가이고 국민일 것”이라며 쓴소리 대신 낯 뜨거운 아부성 발언을 쏟아냈다.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른다.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남용을 두고서도 “재의요구권 행사는 대통령의 의무”라며 비호했다. 애초 총선 참패 뒤 물러났어야 할 자신을 계속 총리에 앉혀두는 데 대한 감사의 표시일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민심은 정권과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