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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5년 전 “미국 넘는다”던 중국, 75주년 국경절엔 “경제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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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군인들이 국경절을 맞아 진행된 국기 게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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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1일, 건국 75주년 국경절을 맞은 중국의 표정은 5년 전과 사뭇 달랐다. 2019년 중국은 ‘미국을 곧 넘는다’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지만, 지난 5년 새 부동산 침체와 코로나19 봉쇄 등을 겪으며 ‘무너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표정으로 변했다.



1일 관영 신화통신 보도를 보면, 이날 새벽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인민해방군 각 군 군인들이 모여 국기 게양식을 열었다. 평소에는 수 백 여명이 모여 구경하지만, 국경절을 맞아 대규모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12만명 넘는 인파가 몰려 중국 국기가 게양되는 광경을 구경했다. 2019년 10월1일 건국 70주년에 진행된 것과 같은 대규모 열병식은 이날 열리지 않았다. 중국은 보통 10년 단위 건국 기념일에 열병식을 진행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내외 인사 2천여명을 모아 국경절 리셉션을 진행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 전면 추진은 신시대 당·국가의 중심 임무”라고 말했다. 홍콩과 상하이, 톈진 등 중국 각 성과 도시에서 국경절을 자축하는 행사가 열렸다.



중국의 존재감은 여러 방면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세계 2위 경제·군사 대국으로 올라서 미국과 어깨를 겨누고 있고, 세계 최초로 달 뒷면 토양을 채취할 정도로 과학·기술도 발전시켰다. 외교적 영향력도 커져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 주석의 비위를 맞추고 있고, 아프리카 50여개국 정상이 중국의 초대에 앞다퉈 달려온다.



하지만 이날 국경절 분위기는 예년만 못했다. 5년 전인 2019년 건국 70주년 때 중국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미국을 곧 넘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올해는 달랐다. 당시 중국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6% 후반대 경제 성장을 유지했고, 이 속도로 가면 2030년대, 이르면 2029년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중국의 관심은 온통 ‘경제 살리기’에 맞춰져 있다. 국경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24일 3대 금융 당국 수장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지급준비율·금리 인하 등 통화 대책을 내놨고, 26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해 통화 대책과 짝을 이룰 적극적인 재정 대책을 주문했다. 사흘 뒤인 29일에는 시 주석의 비서 출신인 리창 국무원 총리가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어 “연간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부동산 위기와 코로나19 봉쇄 3년 등을 겪으며 본격화한 경기 침체가 안에서 중국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19년까지 40년 넘게 연평균 9.5%씩 성장하며 몸집을 90배 이상 키운 중국은 이제 연평균 5% 경제 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어느 최고 지도자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시엔엔(CNN)은 “2019년에는 중국이 언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지 예측하느라 분주했다”며 “요즘은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경기침체를 따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지가 중심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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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리셉션에서 잔을 들고 국경절을 기념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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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고속성장하던 시절에는 없었거나 드러나지 않던 문제가 최근 불거지고 있다.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노령화, 심각한 빈부 격차 등이다. 집값 상승과 교육물가 상승 등으로 청년층이 출산을 꺼리면서 중국의 인구는 지난해부터 감소 추세에 들어갔다. 60살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지난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고, 16~24살 청년 실업률도 지난달 18%를 넘어서는 등 모순이 심해지고 있다.



중국은 내부 위기 상황을 맞아 공산당으로의 집중을 강조한다.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국경절 리셉션 연설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려면 반드시 중국공산당 영도(지도)를 견지해야 한다”며 “시종 당이 전체 국면을 총괄하는 것과 당 중앙의 권위, ‘집중 통일 영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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