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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악화일로 중동···이스라엘 ‘지상 침투’ 확전으로 치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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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랄라 제거·맹폭 이어 폭주하는 네타냐후

‘제한적’ 지상전 강조…“장기전 끌려갈 수도”

신중한 이란, 개입 여부 여전히 ‘미지수’

임기 막판 ‘속수무책’ 바이든, 구겨진 체면

경향신문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근처 이스라엘 북부의 한 주둔지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탱크 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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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지상 작전을 시작하면서 중동의 긴장 수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스라엘이 전선 확장을 본격화하면서 가자지구 전쟁 1년 만에 새로운 전선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제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 공습 등 고강도 폭격에 이은 ‘다음 단계’로 시행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지난해 10월부터 전쟁을 이어온 상황에서 이란의 가장 강력한 대리 세력 중 하나인 헤즈볼라를 상대로까지 전선을 넓히며 ‘저항의 축’을 맹폭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태세를 취하면서 확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뒷마당인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건 훨씬 위험한 지상 작전”이라며 “이제 이스라엘의 공격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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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에서 바라본 레바논 남부 지역. 이스라엘군의 포격이 해당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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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 지역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가운데 지상전 규모가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레바논 지상 작전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규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장기적 점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할지, 작전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는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가안보 자문을 담당했던 야코므 아미드로 미국 유대인 국가안보연구소(JINSA) 연구원은 “가자지구에서 11개월간 전투를 치른 이스라엘군은 다소 지쳐있어 하마스를 상대로 벌인 것과 같은 규모의 작전을 시도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헤즈볼라를 레바논의 리타니강 북쪽으로 밀어내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헤즈볼라 전투원들이 잘 알고 있는 지형을 이용해 반격하면 장기 전투에 끌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헤즈볼라가 반격을 결정한다면 이스라엘군이 제한적이고 지역적인 공세를 유지하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후 레바논 국경 인접 마을을 요새화한 데다, 지하에 터널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헤즈볼라 이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이스라엘이 지상 공격을 원한다면 저항 세력은 준비가 돼 있다”며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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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란 여성들이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시위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난 27일 숨진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진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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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란은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나스랄라 사망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던 이란은 전날 “추가 병력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며 레바논 파병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란은 내부적으로 온건파와 강경파가 논쟁을 벌이며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이란은 참전이 이스라엘이 놓은 ‘덫’에 빠지는 것이라 보고 개입을 자제해왔다. AP통신은 “이란은 나스랄라 사망으로 중동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을 잃었음에도 보복에 앞장서지 않고 있다”며 “반격을 할지, 반격한다면 언제 할지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 4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폭격 수준의 공격부터 이란 대리 세력의 중동 미군기지 공격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하는 한편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란에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을 거듭 강조한다”며 경고했다. 로이터는 중동 분쟁의 한계와 수위가 불투명해지면서 이란과 미국까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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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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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를 계기로 휴전에 공들여온 미국 역할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도 커진다. 이날 이스라엘의 침공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앞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3주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스랄라 폭사도 미리 알리지 않았다. 이어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폭주까지 막지 못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체면을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CNN은 이스라엘의 이런 방식이 초강대국 미국을 적극적 참여자가 아니라 구경꾼으로 보이게 만들고,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막바지에 달한 미 대선 시점과 맞물려 이스라엘과 미국의 불협화음이 더 심해지고 있으며, 중동 상황이 국내 정치에 악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의 운신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CNN은 “외교정책 전문가라고 공언하며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전쟁의 격화로 자신의 유산에 얼룩을 남긴 채 백악관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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