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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마크 제이콥슨 “한국도 100% 재생에너지 전환 가능···의지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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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크 제이콥슨 스탠퍼드대 교수가 한 강연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마크 제이콥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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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50년까지 풍력·수력·태양광(WWS)으로 모든 용도의 에너지 수요를 맞출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크 제이콥슨 스탠퍼드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 9월 24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신규 원전은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제이콥슨 교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태양광·풍력·수력 같은 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그는 에너지저장기술과 녹색수소로 언제든 원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원전과 탄소포집, 지구공학 같은 ‘기적’의 기술은 불필요하고, 오히려 해로울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주장을 담아 2023년 <기적은 필요 없다>(No Miracles Needed)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제이콥슨 교수는 ‘원전 생태계 복원’을 앞세워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새 원전 계획·운영에 12~23년(북미·유럽은 17~23년)이 걸린다. 2030년, 2035년 감축목표를 달성하는데 2037년까지 사용할 수 없는 핵에너지는 도움이 될 수 없다”며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신규 원전에 쓸 돈을 풍력과 태양광, 배터리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스리마일 원전 1호기를 2028년부터 재가동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결국 재가동은 되지 않을 것이며, 나쁜 생각(idea)”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100% WWS로 전환하면 더 이상 해외에서 연료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환경 오염·기후변화 피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82% 감소한다”며 “줄어드는 일자리보다 70만개 이상 많은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기 오염으로 죽는 사람은 매해 9000명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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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슨 교수가 2023년 출간한 <기적은 필요 없다>(No Miracles Needed)의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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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재생에너지가 아직 비싸고, 태양광과 풍력을 설치할 땅이 부족하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제이콥슨 교수는 “100% WWS 전환에 한국 국토의 4.11%가 필요하다”면서 돌파구로 옥상·영농형 태양광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태양광을 설치할 옥상 부지가 많고, 부유식 태양광·풍력을 위한 해상 수역도 넓다”며 “풍력·태양광·농업이 공존할 수 있는 농업 지역도 상당하다”고 짚었다.

“재생에너지 설치로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그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전력 요금이 높게 유지되는 건 송전선에선 튄 불똥으로 인한 산불 비용, 송전선 지하화 비용, 알리소 캐년(Aliso Canyon)·산브루노(San Bruno) 등에서의 가스 시설 재해 비용, 디아블로 캐년(Diablo Canyon) 원자로 2개에 대한 보조금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콥슨 교수는 “전기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캘리포니아 주보다 더 높은 주가 11개 있다. 그 중 10개 주는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20개 주에 속한다”며 “재생에너지가 많을수록 가격이 낮아지고 그 반대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3.7%로, 2023년에만 화석연료 수입에 235조원을 썼다. 석유·가스 가격이 오를 때 전기요금을 따라 올리지 않으면 한전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제이콥슨 교수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기후소송에 증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스탠퍼드대 캠퍼스 안에 있는 그의 자택 역시 13.8㎾의 태양광 패널과 벽면 장착형 배터리를 갖추고 있는 ‘에너지전환 집’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꼭 필요한 것으로는 교육과 전환을 향한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전환 과정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도움이 되고 안 되는지를 교육하는 것과 함께 변화를 원하는 집단적 의지가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로의 대규모 변화는 비용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기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일자리를 만들고, 에너지를 수입할 필요를 없애고, 앞으로 수 세기 동안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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