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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뉴스AS] 왜 공정위는 ‘쿠팡·배민’을 독과점 플랫폼서 제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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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3일 오후 서울 시내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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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일 독과점 플랫폼 규제를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 방침을 발표하며 밝힌 적용 기준을 보면, ‘쿠팡’과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은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쿠팡이츠(배달), 쿠팡플레이(동영상서비스) 등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고, 배달앱 시장의 약 60% 차지하는 배민도 국민 필수앱으로 자리 잡았다. 두 회사는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왜 공정위는 두 회사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을까.





속 뜻은 글로벌 빅테크 견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략 4∼5개 정도 플랫폼이 규율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플랫폼 기업은 구글(동영상·앱마켓·운영체제), 애플(운영체제), 네이버(검색), 카카오(메신저) 등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공정위가 내세운 점유율(1개 사업자 60% 이상 또는 3개 사업자 85% 이상) 기준에 미달하고, 배민은 점유율 요건은 충족하지만 예외 조건(매출 4조원 미만)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강한 규제를 새롭게 적용하는 만큼 엄격한 기준으로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는 논리를 든다. 규제 대상 플랫폼에 입증책임이 부과되고 과징금 부과율도 관련 매출의 6%에서 8%로 상향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당한 설명이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공포가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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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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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공정위 고위직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독과점 플랫폼 규제의 초점은 ‘빅테크 공룡’의 지배력 확대를 차단하는 데 있다. 한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외계인(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이 침공해 우리 시장을 잠식하는 걸 막자는 취지다. 그 과정에서 일부 ‘골목대장’(네이버, 카카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도 “독과점 플랫폼 규제는 쿠팡, 배민 정도 규모를 염두에 둔 제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유튜브뮤직 사례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토종 음악 스트리밍앱 ‘멜론’은 후발 주자인 유튜브뮤직에 손쉽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에 유튜브뮤직 이용권을 묶어 판매하면서다. 토종 플랫폼이 잘 버텨주고 있는 검색(네이버), 메신저(카카오) 시장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1월 육성권 공정위 전 사무처장(현 조사처장)이 “독과점 플랫폼 규제가 늦어지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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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배달몰아주기’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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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대장 영향력도 무시 못 해





다만 공정위 판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외계인(빅테크)이건 골목대장이건, 독과점 남용 행위로 인한 폐해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쿠팡과 배민 모두 공정위가 독과점 플랫폼에 적용해 신속하게 규제하려는 4대 반경쟁행위(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처지다. 공정위는 쿠팡의 배달·동영상 서비스 끼워팔기와 배민의 자체배달 우대 행위 등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반경쟁 행위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속 권호현 변호사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과정에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플랫폼의 특성상 제조·서비스업 등 전통 산업의 독점 기준(점유율 50%)에 미치지 못해도 충분히 반경쟁적 행위를 저지를 수 있어 규제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 독과점 플랫폼 규제의 취지”라며 “공정위가 마련한 기준은 이런 취지를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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