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여 만에 8600만원 선을 회복했다. 다만 30일 현재 가격은 8400만원대로 조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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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최근 대규모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가상자산 관련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영국의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연준의 빅컷 결정이 나온 지난달 19일부터 7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기간 들어온 자금은 총 13억5700만달러(약 1조7778억원)에 달했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유입 규모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6일에는 7월 21일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인 3억6600만달러가 들어온 데 이어, 다음날에는 4억94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국내에서 이른바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의 상품에는 지난달 27일 하루에만 2억달러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한 후 차익 실현 매도로 연일 돈이 빠져나갔던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상품에도 지난달 27일 2600만달러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더리움 현물 ETF 역시 최근 유입되는 자금이 늘고 있다. 이더리움 현물 ETF는 지난 7월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후 계속 돈이 빠져나갔지만, 최근 7거래일 사이에는 이틀을 제외하고 계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의 이더리움 현물 ETF는 지난달 24일 하루에만 6억달러 가까운 자금이 들어오며, 출시 2개월 만에 자산 총액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빅컷 이후 계속된 신규 자금 유입으로 유동성이 개선되면서, 기초자산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지난 17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업비트에서 7800만원대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전날 오후 4시 기준 8450만원을 기록했다. 이더리움의 경우 같은 기간 300만원대 초반에서 340만원대로 오르며 1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최근 중국도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 부양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면서 “주요 국가들의 잇따른 통화정책 완화로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다시 가상자산 관련 ETF 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정치권과 금융 당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을 올릴 만한 호재가 잇따라 나온 점도 ETF에 자금이 유입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20일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옵션 상품 출시를 승인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옵션 거래가 시작되면 기관 투자자들이 기초자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또 한 번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러에서 밝은 표정으로 유세하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그는 최근 행사에서 "가상자산,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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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최근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발언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공식적인 발언을 내놓지 않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는 그러나 지난달 22일 뉴욕에서 가진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당선되면 가상자산과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장려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물 ETF의 자금 유입과 가상자산 시장 안팎에서 이어진 호재는 가격 상승에 대한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가상자산 투자사인 MN트레이딩의 마이클 반 데 포프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금은 계속 상승하고 있고 은도 10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하는 등 전 세계 유동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연말 전까지 9만달러에서 10만달러 사이에 거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가격의 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라며 “늘어난 유동성에도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을 경우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심리는 훨씬 빠르게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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